〈만촌동의 하늘〉
맘 여린 사람들이
울 없이 살던 도시 변두리
척박한 땅 일구어
고추도 심고 호박도 심고,
비 오는 날은
수양버들 무릎에 앉아 낚시를 했지
월척 한 놈 잡으면 떠나리라
미끼 없는 낚싯대를 드리우고
이십여 년 찌를 지킨 만촌동
지금은
메꾸어져 공원이 된 연못가에
빌딩의 그림자 울타리로 자라
고추밭을 짓밟고
앙가슴을 뭉개고
도심이 한 발씩 물러와 담장을 높일 때
이웃은 모르는 사람으로 살다 모르는 사람으로 가고
저절로 갇혀 버린 울 안에서
올려다보는 빠끔한 하늘,
거기 우물 속에 빠져있는
작은 별 하나
만촌동 하늘에 깜박이고 있다

<시작 노트>
40여 년 전 군의학교 군부대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척박한 산삐알에 신혼살림을 꾸렸고 가리지 않고 억척같이 살아온 만촌동, 우방 팔레스 아파트 옆 지금은 공원이 된 그 자리가 연못이었고 그곳에서 희망을 건지고자 부단히 노력했지만 결국은 이곳까지 떠밀려 여기 산골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돌아보면 아스라이 먼 길 같지만 찰나적 순간이다. 동틀 무렵 숲의 신비감 살아있음에 행복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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