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찬탄 후보에 "배신자" 외친 전한길... 물병 날아든 TK합동연설회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8·22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구에서 열린 국민의힘 첫 합동연설회가 지지들 간 거센 고성, 물병 투척, 몸싸움으로 얼룩졌다. '찬탄'(탄핵 찬성)과 '반탄'(탄핵 반대) 진영의 갈등이 연설회 현장에서 그대로 폭발한 것이다.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8·22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들이 차례로 무대에 섰지만, 연설 도중 객석에서는 지지자들 간 언쟁이 몸싸움으로 번지는 등 긴장감이 높아졌다.

소란의 중심에는 '전한길뉴스' 발행인인 전한길 씨가 있었다. 전 씨는 기자석에 앉아 반탄파 후보의 연설에는 "잘한다"며 박수를 보냈지만, 찬탄파 후보가 무대에 오르면 "배신자"라고 외쳤다. 현장에는 '윤석열 대통령 어게인(AGAIN) 전한길과 함께'라는 문구가 쓰인 현수막까지 걸렸다.

문제의 장면은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의 발언 중 나왔다. 김 후보의 소개 영상에서 전 씨를 비판하는 장면이 나오자 객석에서는 김 후보를 향해 "배신자"라는 외침이 터졌다.

김근식 후보는 "한 당원이 망치로 머리를 때리는 말씀을 하셨다. '보수의 심장 대구가 아니라 심장병에 걸린 대구'라고 이야기했다"며 "정신차리셔야 한다. 이는 무기력하고 자포자기하는 국민의힘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단합은 해야하지만 무조건적인 단합은 안된다"며 "적어도 탄핵은 반대할 수 있지만 게엄은 옹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연설 도중 전 씨는 갑자기 방청석 쪽 연단 앞으로 나와 '배신자' 연호를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찬탄파 조경태·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이 전 씨를 향해 물병을 던졌고, 주변에서 항의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전 씨의 행동에 "전한길 씨 같은 부정선거 음모론 빠지고 계몽령 정당화하는 저런 사람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나"라며 "국민들이 야당에 대해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 신뢰 받지 않는 정당은 싸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 정당은 이승만의 자유민주주의 건국, 박정희희 산업화 및 근대화, 그리고 김영삼의 문민정부 민주화 일궈낸 정당"이라며 "자랑스러운 보수의 심장 대구가 왜 심장병 걸린 환자가 됐는지, 우리 스스로 병 치유하고 우뚝 설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전직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 씨가 8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들의 연설이 이어지는 도중 의자 위에 올라 청중들에게 자신의 팔을 들어보이고 있다. 윤정훈 기자
전직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 씨가 8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들의 연설이 이어지는 도중 의자 위에 올라 청중들에게 자신의 팔을 들어보이고 있다. 윤정훈 기자

조경태 당대표 후보의 연설 도중에도 전 씨의 돌출 행동은 이어졌다. 조 후보는 연설에서 "탄핵을 반대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뜨리고 윤어게인을 부르짖을수록 국민의힘 지지율은 뚝뚝 떨어진다"며 "우리 당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부정선거 음모론자를 덜어내지 못하고,'윤 어게인(尹 again)'을 외치는 자를 몰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외면당하는 정당으로서는 절대 집권할 수 없다. 정당의 존재 가치가 없다"며 "해당 행위를 일삼는 훼방꾼을 몰아내지 않고서는 국민의힘에 미래는 없다"고 했다.

이에 전 씨는 의자 위로 올라서 손을 들어 보이며 항의했고, 현장 관계자들이 제지했다. 일부 조 후보 지지자들이 전 씨를 찾아와 "내가 책임당원인데 누구 보고 배신자라는 거냐"고 항의하며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반면 김민수 최고위원 후보 연설에서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이 나오자 전 씨는 크게 환호했다. 김 후보가 "어깨가 빠질 것 같아 너무 아프니 팔을 놓아달라는 게 어제 인권유린 현장에서 윤 전 대통령의 절규였다"고 외치자, 전 씨는 손뼉을 치며 호응했다.

엑스코 앞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당원과 지지자들이 후보 이름과 구호가 적힌 현수막, 피켓을 들고 모였다. 일부는 후보 이름이 새겨진 티셔츠를 단체로 맞춰 입고 노래와 율동을 선보였으며, 풍물패가 북과 장구를 치며 응원에 나서기도 했다. 회의장 내부는 사전 등록 인원만 입장할 수 있어, 연설장 바깥 복도까지 지지자들이 가득 메웠다.

국민의힘은 이날 대구·경북을 시작으로 12일 부산·울산·경남, 13일 충청권·호남권, 14일 수도권·강원·제주에서 합동연설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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