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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UNIST 연구팀, 리튬이온전지 '죽은 공간' 해결 원리 규명

전자·이온 이동 경로 분리 설계로 '죽은 공간' 사라져
전기차 주행거리 연장·전지 안전성 향상 기대

경북대 이지훈 교수
경북대 이지훈 교수
경북대 신소재공학과 배진규 박사과정생
경북대 신소재공학과 배진규 박사과정생
울산과학기술원(UNIST) 이현정 교수
울산과학기술원(UNIST) 이현정 교수

전극 속에서 잠들어 있던 공간의 비밀이 풀렸다. 경북대와 UNIST 연구팀이 리튬이온전지의 성능을 가로막던 '죽은 공간'을 밝혀내고 이를 없애는 해법을 제시했다. 전지의 본래 힘을 되찾아 주행거리와 안전성을 한층 높이는 길을 열었다.

경북대학교는 신소재공학과 이지훈 교수 연구팀이 울산과학기술원(UNIST) 이현정 교수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리튬이온전지의 고-에너지밀도 전극에서 발생하는 '죽은 공간(Dead Zone)'의 원인을 찾았다고 19일 밝혔다.

연구팀은 전자와 이온의 이동 경로를 분리하는 설계 방식을 제시하며 성능 저하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리튬이온전지 전극은 활물질, 탄소 도전재, 바인더로 구성된다. 최근 전기차와 전자기기의 배터리 사용 시간을 늘리기 위해 활물질 비율을 95% 이상으로 높이고, 탄소 도전재 사용을 줄여 에너지 밀도를 향상시키는 방식이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밀도가 높아질수록 전극 내부 일부 활물질이 반응하지 못하는 '죽은 공간'이 형성돼 성능 저하가 불가피했다.

연구팀은 포항 방사광가속기에서 실시간 X선 분석을 통해 리튬코발트산화물(LiCoO2), 하이니켈 층상 양극재(LiNi0.8Co0.1Mn0.1O2), 고전압 스피넬계 양극재(LiNi0.5Mn1.5O4) 등 3종을 조사했다. 그 결과 '죽은 공간'은 전자·이온 전도도가 낮은 소재의 한계와 전극 두께에 따른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됨을 확인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상용 배터리에 널리 사용되는 파우치셀(Pouch cell) 구조를 적용했다. 전자는 전극 면(수평)을 따라, 이온은 두께 방향(수직)으로 이동하도록 경로를 분리해 전극 전체의 용량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지훈 교수는 "고-에너지밀도 전극에서 발생하는 성능 저하의 근본 원인을 규명하고, 전자·이온 경로 분리 설계를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며 "향후 전기차나 대규모 저장장치에 쓰이는 다층·대면적 파우치셀 환경에서도 균일한 전지 반응을 확보해 전지 안전성과 성능 향상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우수신진연구사업과 박사과정생 연구장려금 지원사업으로 수행됐다. 제1저자는 경북대 신소재공학과 배진규 박사과정생이며, 교신저자는 경북대 이지훈 교수와 UNIST 이현정 교수다. 연구 결과는 응용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 '에너지 화학 저널(Journal of Energy Chemistry, 인용지수=14.9, JCR 상위 2%)' 2025년 8월 11일 자에 온라인 출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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