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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규제, '국익'과 '형평' 사이에서 길 찾기… 서울대 경쟁법센터 세미나 개최

서울대 경쟁법센터와 사단법인 플랫폼정책학회는 8월 22일(금) 오전 10시,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B에서
서울대 경쟁법센터와 사단법인 플랫폼정책학회는 8월 22일(금) 오전 10시,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B에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법의 바람직한 입법방향 모색"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단법인 플랫폼정책학회 제공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온라인 플랫폼 규제 입법 방향을 두고 학계와 법조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서울대학교 경쟁법센터와 사단법인 플랫폼법정책학회는 8월 22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B에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법의 바람직한 입법방향 모색'을 주제로 제1회 법정책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학계, 법조계, 산업계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온라인 플랫폼 규제의 당위성과 실효성, 국제무역 환경과의 충돌 가능성 등을 놓고 열띤 논의를 벌였다.

이봉의 플랫폼법정책학회장(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축사를 통해 "플랫폼 관련 규제 논의는 전 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다시 본격화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자칫 경쟁력 있는 국내 플랫폼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법제화가 이루어진다면 국익을 저해할 소지도 있는 만큼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세미나는 규제 방향을 결정짓기보다는 다양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공유하고 입법적 고민을 심화하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황태희 성신여대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법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역차별 문제와 플랫폼 이용사업자의 이질성에 대한 고려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해당 법안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과 국내 기업 간 형평성 문제를 외면하고 있으며, 사업자 간 규모와 업종이 천차만별임에도 단체 구성 및 교섭권을 일률적으로 부여하는 방안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또한 "정산주기 단축 등 일부 규제안은 오히려 대형 플랫폼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해외 플랫폼의 시장 진입이 자유로운 현실에서 국산 플랫폼 보호에 대한 시각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발제에서는 서치원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가 '온라인 플랫폼 중개수수료 상한제 도입의 배경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서 변호사는 온라인 플랫폼 관련 전자상거래법 개정, 외식산업진흥법 개정 흐름을 짚으며 "외식 중개플랫폼에 한정하여 서비스 이용료, 광고비, 배달료 등의 상한선을 설정하는 특칙을 별도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플랫폼 규모에 따라 정산기한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며, 소비자 후생에 대한 부정적 영향도 정책 설계 시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영국 한신대 교수는 플랫폼 이용사업자의 단체협상권 제도화에 대한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유 교수는 "경제적 약자의 협상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은 필요하지만, 온라인 플랫폼 생태계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고려할 때 이를 법으로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맹사업과는 달리 플랫폼 이용사업자의 정의 자체가 불분명하고, 서비스 유형도 각기 달라 단체협상권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종합토론은 이봉의 서울대 교수를 좌장으로 윤신승 전남대 교수, 장보은 한국외대 교수, 오선영 숭실대 교수, 박성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참여해 입법안에 대한 다각적인 시각을 제시했다.

윤신승 교수는 "가격규제는 궁극적으로 시장을 왜곡시키고, 정해진 수수료 상한은 오히려 제도화된 카르텔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외식업의 경우 배달 플랫폼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이를 보완하는 방식은 공정화법 제정보다는 외식산업진흥법이나 소상공인 지원법 등을 통한 직접적 지원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또한 "정산기한을 단축할 경우 자금 유동성이 낮은 중소 플랫폼에게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장보은 교수는 법안의 목적과 범위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수료 상한제를 원칙 규정으로 도입할 수는 있겠지만, 세부적인 기준까지 법률로 규정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업계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P2C(Platform to Consumer) 관계에서는 수수료 문제에 대한 일정한 규율이 필요하지만, 그 방식은 보다 유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선영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 관련 규제가 통상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한-미 FTA 체결 당시 미국은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국내 규제를 사실상 무역장벽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이후 브라질과 캐나다 사례에서 보듯 미국은 플랫폼 규제에 대해 통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의 규제가 미국 플랫폼 기업의 수익 기대를 침해한다고 판단될 경우,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제기가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성진 변호사는 플랫폼 시장의 양면성(two-sided market)을 강조하며, 무리한 규제가 소비자 후생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 가격이 0인 상황에서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하면 입점업체의 수익은 오히려 감소할 수 있으며, 이는 시장 전체의 거래량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일부 지역에서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한 결과, 오히려 음식점 매출과 라이더 수입이 줄어들었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현행법의 한계와 입법적 대응 방향을 면밀히 짚는 동시에, 국제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자국 플랫폼 산업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는 자리로 이어졌다.

각 발표와 토론에서는 플랫폼 규제의 형평성과 실효성, 국제무역법과의 충돌 가능성, 산업 발전에 미치는 영향 등 다층적인 논점이 제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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