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브레이크 없는 질주 '픽시'를 멈춰라…청소년 자전거 교통사고 급증

지난해 청소년이 가해자인 자전거 교통사고 30여건 증가
"친구들 사이 유행이라서"…브레이크 제거하는 경우 대다수

28일 한 중학생이 하교시간대 픽시 자전거에 타고 있는 모습. 브레이크를 모두 제거한 상태지만, 멀리서는 일반 자전거와 구분하기 쉽지 않다. 김유진 기자
28일 한 중학생이 하교시간대 픽시 자전거에 타고 있는 모습. 브레이크를 모두 제거한 상태지만, 멀리서는 일반 자전거와 구분하기 쉽지 않다. 김유진 기자

청소년들 사이에서 브레이크가 없는 형태의 '픽시 자전거'가 유행하면서 청소년이 가해자인 자전거 교통사고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자전거 교통사고 중 청소년 가해자 비중도 급증한 가운데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2년~2024년) 18세 미만 청소년이 가해자인 자전거 교통사고는 2022년과 2023년 각각 73, 74건을 기록한 뒤 지난해 107건으로 폭증했다. 해당 사고에서 발생한 부상자도 2022년 85명에서 지난해에는 127명으로 늘었고 사망자도 1명 발생했다.

전체 자전거 교통사고에서 청소년이 차지하는 비중도 급증했다. 지난해 전체 사고 490건 중 107건(27%)이 청소년이 가해자인 사고였다. 2022년 18%, 2023년 19%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실제 28일 오후 3시 50분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한 중학교 하교 시간대 현장을 둘러본 결과, 픽시 자전거를 타면서 인도와 차도 한복판을 넘나드는 학생들이 적잖았다. '픽시(Fixie)'는 픽시드 기어 바이크(Fixed gear bike)의 줄임말로 제동장치 없이 하나의 기어만 사용하는 실내 경기용 자전거다.

이날 일부 학생은 스쿨존 내리막길에서 빠른 속도로 내달리다 뒷바퀴를 멈추게 해 급제동하는 '스키딩(skidding)' 묘기 주행을 하기도 했다.

이날 만난 중학생 강모군(13)은 "최근에 180만원을 주고 근처 자전거 매장에서 픽시자전거를 구입했다"며 "원래 브레이크가 달려있는 채로 팔리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노 브레이크'가 유행이라 매장에 가서 브레이크 2개를 다 없애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묘기 주행을 하려고 브레이크가 설치된 채 판매되는 자전거를 구매하고는 매장에서 떼버렸다는 사례도 있었다. 이 경우 급정지가 어렵고 제동거리도 일반 자전거보다 5~10배 길어져 선수나 숙련된 성인이 아니면 사고 가능성이 높다.

경찰은 지난달 12일 서울에서 픽시 자전거를 타던 중학생 사망사고를 계기로 계도·단속에 나섰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픽시 자전거가 외형상 일반 자전거와 구별하기 어려워 단속이 어려운 데다 인력 부족으로 계도 활동 역시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구경찰청도 다음달 중순부터 픽시 자전거 탑승 자체를 단속할 예정이다. 하지만 픽시 자전거의 도로 주행을 단속할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는 데다 교통 외근 경찰관이 일선서 별로 3~5명 수준이어서 단속 효과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입법 미비 문제와 더불어 픽시 구매자 대부분이 청소년 인만큼 교통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성수 한국교통안전공단 대구경북본부 교수는 "단속만 강화하면 개인의 성향이 강해지는 청소년 시기 특성상 오히려 반감만 불러올 수 있기에 학교에서 실제 사고 사례를 알리는 등 안전 교육을 더 체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학부모가 픽시 자전거의 개념을 잘 모르고 구입해주는 경우도 상당히 많아 가정 통신문도 적극적으로 발송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 황금동의 위치한 한 자전거 매장. 최근유행을 증명하듯, 여러 대의 픽시 자전거가 매장에 즐비했다. 창가에도 픽시자전거가 전시됐다. 김유진 기자
대구 수성구 황금동의 위치한 한 자전거 매장. 최근유행을 증명하듯, 여러 대의 픽시 자전거가 매장에 즐비했다. 창가에도 픽시자전거가 전시됐다.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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