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철강산업 위기 극복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가 28일 국내 철강의 중심도시인 경북 포항시를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했다. 태풍 '힌남노' 홍수 피해로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용광로가 창립 이후 처음으로 멈췄던 지난 2022년 이후 두 번째 지정이다.
당시 2년간 철강산업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한 각종 지원 대책이 시행됐지만, 계속된 글로벌 경기침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심지어 최근 미 트럼프 정권에서 한국 철강제품에 대한 막대한 관세 폭탄을 부과하며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모든 산업의 밀알과도 같은 철강 산업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한 버팀목도 중요하지만, 위기 탈출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미래 방향 제시가 절실한 시점이다.

◆두 번째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포항시는 지난 2022년 10월 30일부터 2년 동안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불어닥친 태풍 '힌남노'로 인근 냉천이 범람하며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고로 3기가 건립 49년 만에 가동을 멈춘 탓이다.
포스코의 신속한 복구 작업을 통해 순차적으로 정상 가동을 재개했지만, 쇳물 생산 이후 처음으로 맞는 위기였다.
일관제철소의 심장인 고로가 멈춘다는 것은 자칫 쇳물이 굳어 설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는 '냉입'이 발생할 수 있어 다른 무엇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긴급 상황이다.
당시 정부는 금융지원(저리 융자·긴급경영안정자금)과 산업단지 개조·복구사업 등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동시에 지역 회복을 위해 약 1천700억원 수준의 지원금(금융·사업 등 합산)을 집행했다.
당시의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지원은 태풍 피해를 최소화하고 철강산업의 빠른 현장 복귀를 돕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태풍 피해가 워낙 거대했던 탓에 현장 복구 외 철강산업 지원 등 다른 일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흔들리는 포항 철강업계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조강 능력은 2014년 8천690만톤(t)에서 2023년 7천690만t으로 1천만t 줄었다.
반면 중국산 비중은 내수 전체의 60%까지 확대되며 국산 철강재의 시장 기반을 위협 중이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포스코의 평균 철강업이익률은 지난 2021년 13.9%에서 2024년 2.8%로 급락했다.
포항철강산단의 지난 5월 생산액도 전년 동월 대비 7.2% 감소하며 산업 전반에 대한 타격이 현실로 드러났다.
이처럼 철강 수요의 감소로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의 철강 생산량 조정에 들어갔으며, 현대제철 또한 포항공장 폐쇄 수순을 밟고 있다.
철강산업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포항의 특성상 이러한 경영축소는 자연스레 일자리 감소와 지방상권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포항의 대표 상업가인 중앙상가의 경우 2018년 228개였던 점포 숫자가 2023년 182개, 2024년 146개까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비슷한 시기 포항시의 지방세수 또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감소하고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세아제강 등 소위 '철강 빅4'의 지방세는 2022년 967억원에서 지난해 157억원으로 2년 사이 무려 84.1%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철강 위기가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면서 이번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선정은 앞서 놓친 철강산업의 근본적 위기 극복과 지속 가능한 철강산업 자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경북 포항이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을 정부에 요청하는 것은 1차가 마무리된 후 약 3개월이 지난 2월부터다. 이후 지난달 정식 신청서가 제출되고 첫 요청 시점에서 6개월 만에 지정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포항은 정재계가 모두 나서 한국 철강산업의 유례없는 위기와 철강산업의 보존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지정이 이뤄지자 포항지역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내비치면서도 당장의 위기를 봉합하기 위한 지원이 아니라 철강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한 근본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정재 국회의원(포항북·국민의힘)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의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지정을 환영한다"며 "이번 선제대응지역 지정으로 ▷지역 맞춤형 산업 다각화 지원 ▷고용안정 및 청년 일자리 확대 ▷신성장산업 육성 및 기업 투자 유치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강화 등 다방면의 지원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도 "지정만으로 포항의 산업 위기가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지금부터가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밝혔다.
이상휘 국회의원(포항남·울릉·국민의힘) 역시 "국내 최대 철강 거점인 포항은 779개 기업과 2만1천명이 종사하고 있으나, 글로벌 공급과잉과 중국의 저가 공세, 미국의 50% 관세로 인해 심각한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이번 지정은 포항의 위기를 넘어 대한민국 제조업 전반의 위기를 산업정책 차원에서 풀어가겠다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이번 지정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에너지 비용 등 실질적인 지원 장치 마련과 울진과 포항을 잇는 해저 전력망인 '에너지 고속도로' 및 수소에너지 고속도로 배관망 구축 등의 사업 추진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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