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17년 만에 사실상 해체되고 금융위 업무인 국내 금융 정책과 감독 기능이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 부처 및 기관으로 나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 역시 감독과 소비자보호 기능이 분리된다.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7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금융위의 금융 정책 기능은 '재정경제부(재경부)'로 넘기고 감독 기능은 18년 만에 부활하는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가 맡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했다. 여기에 금감원 내 소비자보호처를 별도 기관인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으로 독립시키기로 했다.
사실상 금융 감독 기관이 ▷재경부 ▷금감위 ▷금감원 ▷금소원 등 4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구체적인 업무 범위에 대해 알려진 것은 없지만, 금융권에서는 "시어머니만 늘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탄생했던 금융위와 금감원 '이원 체제'를 전면 개편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기능이 국무총리실 소속 기획예산처로 분리되고, 남은 조직은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경부로 재편된다. 기존 금융위가 맡았던 국내 금융 정책 기능 역시 재경부로 이관된다.
금융위의 금융 감독 기능은 새로 출범하는 금감위가 전담한다. 금감위 산하에는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둬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는 독립 기관인 금소원으로 격상된다. 정부는 금감원과 금소원을 모두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2009년 공공기관에서 해제된 지 16년 만에 다시 공공기관이 되는 셈이다.
정부는 오는 2026년 1월 2일, 이번 조직 체계의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만큼, 별도 절차 없이 초대 금감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거와 달리 금감위원장과 금감원장의 겸임은 금지된다. 별도 조직으로 가게 되는 것.
대수술에 금융권은 술렁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17년 전과 비교해 금융의 역할이 훨씬 복잡하고 넓어졌다"며 "정책과 감독 기능이 분리되면 위기 상황에서 신속한 대응이 어렵고 부처 간 칸막이로 인해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상대해야 할 감독기관이 늘어나는 것도 부담이다. 재경부, 금감위, 금감원에 더해 검사·제재권까지 가질 것으로 예상되는 금소원까지, 4곳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금감원과 금소원이 동시에 검사에 나서는 '이중 규제'에 대한 우려도 크다.
조직 내부 혼란도 큰 상황. 금융위는 국내 금융 정책 파트가 재경부로 이관되면서 일부 직원이 세종으로 옮겨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 금감원 역시 금소원으로 직원을 나눠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과 공공기관으로 전환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엑소더스(대탈출)'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출범까지 시간이 남았다고는 하지만, 현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개편안에 참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며 "정부에서는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비효율적인 개편으로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국회에서도 험로가 예상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외에도 금융위설치법, 은행법 등 다수의 관련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 특히 관련 법안을 다룰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이 개편에 부정적인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라 야당과의 협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지난 이억원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해체할 조직에 위원장을 왜 임명하느냐"며 거세게 반발한 바 있다.
당정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야당의 반발 등에 따라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계획보다 늦게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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