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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합의문 필요 없는 상공적 회담'이라 해 놓고 이제 와서 '교착'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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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한미 관세 협상에서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는 3천500억달러(약 486조원) 관련, "(협상이) 교착 상태"라며 "현재 상태로는 절대 사인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율 관세(關稅)를 감당하더라도 섣불리 합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7월 말 관세 협상이 타결되었다면서 미디어를 총동원해 홍보에 열을 올렸다. 8월 초 한미 정상회담 때에는 "합의문조차 필요 없을 정도로 성공적인 회담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사인할 수 없다'니 참으로 황당하다. 관세 협상과 정상회담에서 핵심 쟁점에 합의하지 못했음에도 '성공'이라고 떠벌린 것이라고 충분히 의심할 수 있다.

김 실장은 "3천500억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조달해야 하는데) 우리나라가 1년에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은 200억~300억달러를 넘기 어렵다"고도 했다. 이는 또 무슨 소리인가. 3천500억달러 대미 투자를 제안(提案)한 것은 이재명 정부다. 국내 GDP와 외환보유고 등에 비해 너무 과도한 투자라는 보수·우파 측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협상 성공' '회담 성공'을 노래한 것 또한 이재명 정부였다. 애당초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와 외환 사정에 맞게 대미 투자금(投資金)을 합리적으로 제안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오히려 한미 정상회담에서 3천500억달러 이외에 우리 기업들로 하여금 1천500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3천500억달러 조달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 어떻게 5천억달러를 조달하겠다는 말인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수출과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이고, 미국은 세계 시장의 25%를 차지한다. 아직 실패를 단정할 수 없지만 만에 하나라도 이재명 정부가 관세 협상에서 실패했다면 그 후폭풍은 엄청날 것이다. 한국 노동자 체포·구금 사건은 한미 관세 협상과 정상회담에서 중대한 '사건'이 벌어졌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지금은 감춰져 있지만 머지않은 때에 그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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