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일명 '전문직 비자'로 불리는 'H-1B' 비자 수수료를 100배 인상하기로 해 국제 사회에 큰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 결정은 신규 비자 신청자에게만 해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H-1B 비자 신규 발급 시 10만달러
20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 등은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해당 수수료는 오직 신규 비자 신청자에게만 적용되며 기존 비자 소지자나 갱신 신청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H-1B 비자 수수료를 1천달러(140만원 상당)에서 100배인 10만달러로 올리는 포고문에 서명했고, 새 수수료 규정은 21일 0시 1분부터 적용됐다.
새 규정 발표에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 테크 기업들이 분주해졌다. 해외에 체류 중인 H-1B 비자 소지 직원들에게 이날까지 미국 복귀를 강력하게 권고하기도 했다.
다만, 이날 백악관 관계자의 발언에 따르면 신규 발급자에게만 수수료가 부과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이 백악관 관계자는 "비자를 신청할 때만 부과되는 일회성 수수료(one-time fee)"라고 설명했다.
이는 전날 하워드 러트릭 상무장관이 포고문 서명식에서 밝힌 '연간 수수료' 10만달러와는 차이가 있다.
◆H-1B 비자 미국 위협 주장…국익 부합 시 예외
H-1B는 미국에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의 전문 인력이 입국할 경우 적용되는 비자이다. 이 비자는 추첨을 통해 연간 8만5천건 정도 발급된다. 체류 기간은 기본 3년에 연장을 할 수 있으며, 영주권 신청도 가능하다.
그동안 H-1B 비자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었다. 특히 트럼프 강성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은 이 비자로 인해 미국 기업들이 외국 인력을 들여와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뺏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러나 미국은 H-1B 비자를 통해 전세계 유수 인재들을 유치해 온 만큼 필수적인 제도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 전문가들이 활동 중인 테크 기업들은 우려가 깊어진다.
백악관은 이날 이와 관련해 사실 관계 설명 자료를 내며, 수수료 상향 조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백악관은 "H-1B 프로그램은 미래의 미국인 노동자들이 STEM 직업을 선택할 동기 부여를 저해하며, 이는 우리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 프로그램의 악용을 해결하고 임금 하락을 막으며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H-1B 프로그램을 이용하려는 회사들에 더 높은 비용을 부과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수치를 근거로 수수료 인상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백악관은 "IT 분야에서 H-1B 비자 노동자 비중은 2003년 회계연도 32%에서 최근 65% 이상으로 증가했다"며 "미국 기업들은 미국인 기술 노동자를 해고하고 이들을 H-1B 노동자로 대체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에 따르면 한 미국 기업은 2025년 회계연도 기준 5천189명이 H-1B 비자 승인을 받았으나, 미국인 직원 1만6천명을 해고했다.
또 다른 기업도 같은 기간 H-1B 비자 승인 인원이 1천698명으로 집계됐다. 이 기업은 지난 7월 오리건의 미국인 직원 2천400명을 해고하겠다고 전했다.
또 다른 회사는 2025 회계연도에 H-1B 승인을 1천137건 받았다. 이 기업은 올해 2월 1천명의 미국인 일자리를 줄였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백악관은 "심지어 미국 IT 직원들이 기밀 유지 계약 하에 자신의 외국인 대체 인력에게 업무를 교육하도록 강요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백악관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포고문과 관련해 "포고문은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하여금 현재 미국 밖에 있는 외국인이 비자를 신청할 때 수수료가 동반되지 않을 경우 비자 승인을 제한하도록 지시한다"며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경우엔 개별 사례별로 예외를 허용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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