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학과 지자체가 함께 만든 대경기술지주가 지난 10년간 지역 기술창업을 이끌어왔지만, 최근 재무와 운영 리스크가 겹치며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전국 평균을 웃도는 투자 성과에도 지자체 지원 단절로 펀드 관리와 신규 투자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핵심 전문인력의 이탈 위험까지 안고 있어, 추가 출자와 자립화 방안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0년의 성과…자회사 설립·펀드 운용
㈜대경지역대학공동기술지주(이하 대경기술지주)는 대구시와 경상북도, 대구경북 대학 11곳이 공동 출자해 2014년 10월 설립됐다. 이후 지역대학 보유 기술의 사업화와 창업기업 성장을 이끌어왔다.
대경기술지주는 2015~2019년 진행된 1단계 출자사업을 통해 기반을 다졌다. 당시 사업비는 총 38억9천만 원으로, 대구시와 경북도가 각각 14억원, 11곳 대학이 10억9천만 원을 출자했다. 이 재원을 토대로 자회사 설립, 펀드 결성, 창업기업 투자 등이 이뤄지며 지역 기술창업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성과는 수치로 입증된다. 자회사 72개를 설립했다. 처음 목표인 자회사 25개사를 초과 달성한 성과다. 펀드투자 부문에선 대구경북 본사 기업 65개사에 147억4천만원을 투자해 누적 기업가치 약 7천억원을 달성했다.
대경기술지주 펀드 투자를 바탕으로 성장한 티씨엠에스 신태용 대표는 "33㎡(10평) 사무실에 직원이 3명뿐이었던 창업 초기에 자금 마련이 어려웠다"며 "기술과 비전을 이해한 대경기술지주의 투자가 전환점이었고, 최근 경산 공단에 1만 평 규모의 공장신축에 행정지원까지 받고 있다"고 말했다.
팁스(TIPS) 운영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가 이어졌다. 2020년 운영사로 지정된 후 지금까지 추천한 30개 기업이 모두 선정됐고, 정부지원금 유치 규모(182억원)도 꾸준히 늘었다. 팁스는 '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민간 운용사가 먼저 투자하고 정부가 매칭해 지원하는 제도다. 민간이 유망 스타트업을 선별해 투자, 보육, 멘토링, 정부 연구개발 자금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자회사와 펀드 투자기업 매출은 2024년 733억원에 고용은 728명으로 나타났다. 최근 흐름을 보면 2020~2023년 매출은 275억→685억원, 고용은 315명→678명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또한 누적 운용 펀드 규모는 235억원으로 전국 6곳의 광역지자체 연합형 기술지주 중 가장 많고, 평균(134억7천만원)도 크게 웃돌았다.


◆재무와 운영 리스크
성과 이면에는 구조적 취약성이 자리하고 있다. 대경기술지주는 2014년 설립 이후 2019년까지 대구시(14억원)와 경북도(14억원), 11곳 대학(10억9천만원) 등 모두 38억9천 원의 출자금을 받아 운영 기반을 마련했다.
2019년 이후 지자체의 출자·출연이 끊기면서 자본 기반이 약해졌고, 자회사와 펀드에 현금 출자(약 32억원)하는 등 현금 유동성은 감소했다. 이로 인해 운영비 조달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운영비 부족은 곧바로 조직 운영에 부메랑이 된다. 대경기술지주 현원은 정원(9명)에 못 미치는 6명으로, 경영과 투자 분야 핵심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향후 운영비가 끊기면 전문 심사역과 기술사업화 인력이 이탈할 가능성이 커지고, 결국 펀드 관리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신규 투자뿐 아니라 기존 포트폴리오 관리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 심사역 공백은 기업 모니터링과 후속 투자 유치 지원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며, 전문인력의 이탈은 10년간 축적된 네트워크와 노하우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더 심각한 것은 펀드 청산과 회수 리스크다. 대경기술지주가 운용하는 펀드는 5개에 약정 총액 235억3천만 원 규모다. 이 가운데 펀드는 기업가치 합산 6천억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포트폴리오를 포함하고 있다. 문제는 운영비 부족으로 관리 역량이 약화하면 펀드 청산과 회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경기술지주가 회수와 청산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 경우, 투자기업 137곳이 성장 기회를 잃고 투자자(LP)에게도 손실이 전가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단순한 회계상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창업기업의 성장 사다리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청산 리스크는 단기적으로 투자자에게 손실을, 장기적으로는 지역 산업 생태계 자체의 후퇴를 의미한다. 펀드 청산 지연으로 투자자 배당이 막히면 신뢰 기반이 무너지고, 후속 펀드 결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한해 3천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대구의 한 중견기업이 지난해 대경기술지주에 펀드운용사(GP) 참여를 제안했지만, 자기자본 출자금이 부족해 결국 포기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역 기업 관계자는 "펀드는 운용 전문성은 물론 기본적인 자기자본이 있어야 한다"며 "10년 넘게 지역 스타트업의 성장을 뒷받침해온 대경기술지주가 출자금이 없어 펀드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2단계 증자와 자립화 방안…재도약 '시험대'
이 같은 상황에서 대경기술지주는 2단계 출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대경기술지주는 대구시와 경북도, 주주대학으로부터 약 20억원 규모의 추가출자 방안을 제안했다. 이는 의결권이 있는 상환전환우선주 방식으로, 우선 배당과 상환권을 통해 지자체가 안정적으로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그 필요성은 더욱 분명하다. 부산(198억6천만원)과 광주(74억원), 전남(53억5천만원), 전북(50억원) 등은 지자체로부터 출자·출연을 지속해 받아 왔다. 반면 대경기술지주는 28억원에 불과하고, 2019년 이후에는 출자·출연이 전혀 없었다. 자회사 설립과 펀드 성과는 이어졌지만, 운영 기반은 약해져 운영비 부족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대경기술지주는 출자요청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립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도 마련 중이다. 우선 운용 중인 5개 펀드를 2028년부터 순차적으로 청산해 최소 27억원에서 최대 56억원까지 배당할 예정이다. 이 배당은 주주대학과 지자체에도 직접적인 재정적 성과로 돌아갈 예정이다.
중간 매각(세컨더리) 전략도 병행된다. 1억원 이상의 회사 지분 수익이 가능한 투자기업을 대상으로 구주 매각을 추진해 조기 현금화 효과를 노린다. 이를 통해 펀드 회수 전까지 필요한 운영비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액셀러레이팅 과제를 확대해 인건비와 운영비를 보강하고,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신산업 클러스터 펀드 등 신규 과제도 추진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김범준 대경기술지주 대표는 "운영비 보강만이 아니라 펀드 운용사로 참여하기 위한 자본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연간 예산(약 8억원)으로는 인건비와 운영비, 출자금을 모두 포함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출자는 운영비 충당만이 아니라 지역 내에서 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기본 자본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자립화를 위해 일부 투자 펀드를 청산하는 한편 정부 과제 수주와 대학 연합형 엑셀러레이팅(스타트업 성장 지원) 사업을 추진해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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