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도 사랑해요."
하루에도 여러 번 아이에게서 듣는 이 짧은 말은, 거장이 남긴 어떤 조언보다 내 마음을 크게 흔든다. 나는 마음으로도 연주했지만, 무대 위에서는 습관처럼 계산과 분석을 먼저 꺼내 놓곤 했다. 정확함에 매달리는 태도는 어느새 무대 위에서 나를 지켜주는 습관이 됐다. 그러나 아이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노래한다.
아이의 사랑 표현은 언제나 뜨겁고 솔직하다. 귀에 얼굴을 파묻고 숨결을 섞어 "흐음~~하~~깔깔깔"하고 장난처럼 속삭이는 그 모습은, 화려한 수사보다 더 진실하고, 계산된 해석보다 더 강력하다. 아이는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기쁘면 웃고, 서운하면 눈물을 흘리며,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망설임 없이 말한다.
또 하나, 아이는 그림을 통해서도 감정을 가르쳐준다. 스케치북 속에는 늘 이야기가 있다. 우는 아이 옆에서 달래주는 친구, 그리고 그 곁에는 언제나 자신을 '착한 언니'로 그려 넣는다. 실제로도 아이는 평소에 우는 친구나 속상해하는 동생이 있으면 제일 먼저 달려가서 등을 두드려 준다. 심지어 내가 힘들어 보일 때도 곁에 와서 작은 손으로 내 어깨를 감싸며 "엄마 괜찮아" 하고 위로해준다. 그림 속 모습이 일상의 모습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나는 옆에서 아이가 시키는 대로 따라 그리며 수많은 얼굴을 그렸다. 기뻐하는 얼굴, 당황하는 얼굴, 울고 웃는 얼굴을 매일같이 그리다 보니, 작은 전시회를 열어도 될 만큼 쌓였다. 그렇게 표정을 그리다 보니, 무대에서조차 감정과 얼굴을 더 숨김 없이 드러내게 되었다. 연주 중에 감정이 얼굴에 배어나오는 것이 더는 부끄럽지 않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웃음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돌아보면, 아이의 순수한 표현 덕분에 가능했던 변화였다.
나는 깨달았다. 진정한 스승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거장의 충고도, 수많은 이론서도 가르쳐주지 못한 것을 아이가 알려줬다. 예술의 본질은 숨김 없는 마음, 사랑을 솔직하게 전하는 용기라는 것을. 그리고 이 배움은 예술가인 나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에게서 이런 가르침을 받는다. 솔직한 웃음과 눈물, 작은 속삭임 하나가 우리 삶을 더 깊게 만들고, 때로는 우리의 일도, 관계도, 표현도 바꿔 놓는다.
아이는 단순히 나의 아이가 아니라, 내 삶을 비추는 거울이다.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되고, 그 과정에서 더 나은 어른으로 성장해 간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아이에게 배우며, 모든 부모가 그렇듯 조금씩 성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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