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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신숙화] 초고령사회 경북, 요양병원의 밤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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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숙화 경북간호조무사회 회장
신숙화 경북간호조무사회 회장

경상북도는 지금 초고령 사회의 최전선에 서 있다. 2024년 12월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6%에 달하며 불과 5년 만에 5%포인트나 급증했다. 이는 전남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특히 의성(47.5%), 청송(43.7%), 영양(43.1%) 등 농촌 지역은 인구 절반이 노인으로, 지역 소멸 위기와 직결된 문제다.

이러한 현실에서 요양병원은 어르신들의 마지막 건강 안전망이다. 하지만 밤이 되면 상황은 위태로워진다. 낙상, 섬망, 흡인 등 예고 없는 응급 상황에서 골든타임은 짧다. 지금까지 현장은 의사와 간호사의 전문적 판단 아래, 간호조무사가 환자 곁을 지키며 관찰·보고·기초 처치를 담당하는 협업 체계로 위기를 버텨왔다.

문제는 2016년 법제처가 간호조무사를 당직의료인에서 제외하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이로 인해 현장의 유연한 인력 운용이 막혀버렸다. 간호사 인력난이 심각한 농촌 지역은 야간 당직을 간호사만으로 채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는 결국 낮 근무자의 과로 누적과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져 환자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현장의 간호사들조차 "이런 구조에서는 환자와 간호사 모두 안전하지 않다"고 호소할 정도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의료법 개정안은 이 문제를 풀 최소한의 해법이다. 요양병원에 한해 '간호사 1인'을 반드시 포함하되, 간호사의 지휘·감독 아래 간호조무사가 당직의료인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다. 이는 간호사를 대체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미 현장에서 이뤄지는 협업 체계를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낮과 같은 보고·책임 체계를 야간에도 보장하자는 취지다.

고령화율이 극심한 의성·청송·영양 같은 지역에서 이 개정안은 더욱 절실하다. '간호사 1+α' 편성은 제한된 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해 응급 상황 발생 시 신속한 초기 대응과 이송을 가능하게 한다. 환자와 가족은 "밤에도 내 곁에 간호 인력이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법과 제도는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개정안 통과와 함께 하위 법령에서 당직 최소 비율, 명확한 업무 범위, 필수 안전 교육(심폐소생술·약물안전 등), 표준 보고체계를 정비한다면 간호사의 책임과 권한은 더욱 분명해지고 간호조무사의 보조 역할도 제도적으로 확립될 것이다. 환자 안전과 인력 효율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길이다.

이번 개정은 특정 직역의 이해득실이 아닌, 오직 환자 안전을 위한 협업 구조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요양병원은 우리 부모 세대가 기댈 마지막 보루다. 밤을 온전히 지켜낼 때 비로소 안전한 낮을 맞이할 수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제도가 현실을 제대로 담아내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그것이 환자와 가족, 그리고 현장에서 땀 흘리는 모든 돌봄 노동자의 품위를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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