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만찬 메뉴와 공식 만찬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APEC 정상회의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정상 만찬이다.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국격을 보여주는 외교 무대'이자, 개최국의 정체성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자리다. 메뉴와 만찬주 선정은 그래서 더욱 신중하고 전략적일 수밖에 없다.
◆음식에 담기는 국가 이미지
정상 만찬 메뉴는 '대외비'로 분류돼 있다. 보안 조치는 외교적 프로토콜의 일환으로, 각국 정상들을 위한 만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상 만찬 메뉴는 한 나라의 문화적 자산이 된다. 한국은 이미 2010년 G20 서울 정상회의 만찬에서 한우, 불고기, 전통 한식 코스를 선보이며 각국 정상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올해 경주 APEC 정상회의 정상 만찬 메뉴는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다. 정부는 수개월 전 만찬자문위원회를 발족해 메뉴 선정을 위한 회의를 여러 차례 진행했다.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 요리사'에 출연하며 세계적인 스타 셰프 반열에 오른 에드워드 리가 총괄한다.
전문가들은 정상회의 만찬에 한국 고유의 맛을 보여주되, 세계 정상들이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조리법과 메뉴로 구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개최지인 경주는 우리나라 대표 한우 사육지 중 하나이며, 동해에서는 각종 해산물이 풍부해 이들 식재료들을 활용한 음식이 만찬 메뉴의 후보군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한식에다 현대적 감각을 가미한 퓨전 메뉴, 세련된 코스 구성으로 전통성과 글로벌 보편성을 갖춘 만찬 메뉴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만찬주, 한 잔에 담긴 외교 메시지
공식 만찬주도 외교적 의미가 크다. 와인 선호가 강한 서구 정상들과 달리 아시아권 정상은 전통주에 익숙한 경우가 많다.
경주에서 진행되는 만큼 지역 전통술이 낙점될 가능성이 높지만, 당일까지도 그 주인공은 철저한 보안 속에 감춰질 예정이다.
공식 만찬주 선정은 통상 외교부와 행사 주체(대한상공회의소 등), 지방자치단체, 요리·식음료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종합해 결정된다. 행사 시작 보름 전까지는 최종 확정될 전망이지만, 보안 등의 이유로 만찬 직전까지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경북도가 지역 전통주 선정을 강하게 추천하고 있어 몇몇 후보군이 좁혀지고는 있다. 유력 후보는 ▷경주 교통법주 ▷대몽재1779 ▷안동 소주 ▷김천 크리테미디엄드라이 등이다.
먼저 정상회의 장소인 경주의 전통주들이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교동법주는 만석꾼이자 부자의 모범이라 불리는 경주 최부잣집 가문에서 350여년 동안 전해져 오는 전통 가양주(집에서 빚는 술)이다. 1986년 국가 중요무형문화재(제86-3호)로 지정된 만큼 전통성과 상징성이 충분하다.
같은 경주 최부잣집 집안의 전통주인 '대몽재1779(Te monje 1779)'도 후보군에 거론된다. 전통적인 맛에 더해 옛 토기유물을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현대적인 감각을 자랑한다.
안동소주는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주 중 가장 널리 알려져 있으며, 양반가의 큰 잔치나 제사에서 쓰였다는 오래된 이야깃거리가 만찬주로서 강점을 가진다. 반면 약 40도에 달하는 알코올 도수로 인해 실무회의가 병행되는 공식 만찬주로는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김천에서 생산되는 크라테미디엄드라이도 선정 가능성이 충분하다. 크라테미디엄드라이는 해발 1천317m에서 산머루를 재배해 빚은 전통 와인이다. '2023년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만찬주는 딱 한 가지 술만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상대국의 종교·문화적 금기는 물론, 각국 정상의 개인적 기호·건강상태, 알코올 도수, 함께 곁들여지는 음식 등을 모두 고려해 각 일정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2005년 부산 APEC 때도 건배주로는 상황버섯 발효주 '천년약속'이, 후식주로는 '보해 복분자주'가, 식사 중 곁들이는 와인은 미국산 백포도주와 칠레산 적포도주가 제공되기도 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경북에서 거행되는 세계 최대의 행사인만큼 지역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브랜드 할 수 있는 다양한 전통주의 만찬주 선정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김현지, 상명대 경제학과 졸업
면직 다음날 체포된 이진숙…수갑 들며 "李가 시켰나"
'조희대 청문회' 48.9% "부적절"…장동혁, 차기 대통령 적합도 18.3%로 1위
김혜경 여사, 이석증으로 어지럼증 호소…한일정상회담 동행 않기로
李대통령 "군 장병 처우 개선…국방예산 66.3조원 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