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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대전환, 경북 '들녘특구'] (2)대행형 협업 모델 '경주 식량작물 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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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영농과 공동영농 협업으로 농가 소득 2배 쑥
6차 산업화로 부가가치 창출도

경주 식량작물 특구의 청년농업인들이 콩 수확 전 생육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경북농업기술원 제공
경주 식량작물 특구의 청년농업인들이 콩 수확 전 생육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경북농업기술원 제공

26일 경북 경주시 천북면 일대 들녘. 추수기를 맞아 벼 수확이 한창이다. 콩은 잦은 비로 수확이 조금 미뤄졌다. 이 모든 작업이 끝나면 조사료와 밀 파종에 들어간다. 예전에는 벼농사만 지었기에 1모작인 벼 가을걷이가 끝나면 땅을 놀렸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모작이 정착돼 1년 내내 농작업이 이뤄진다. 경북도 농업대전환 혁신모델인 '경주 식량작물 특구'로 조성된 후 변화된 모습이다.

경주 식량작물 특구에서 청년농업인들이 드론으로 병해충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경북농업기술원 제공
경주 식량작물 특구에서 청년농업인들이 드론으로 병해충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경북농업기술원 제공

◆위탁영농+공동영농 협업모델

경주 식량작물 특구는 위탁영농과 공동영농 복합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참여농가는 총 136곳이다. 이 중 121농가(89%)는 대다수 고령의 농업인들이라 농지를 영농법인(광원영농조합법인)에 위탁하고 있다. 나머지 15농가(11%)는 공동영농에 참여해 함께 농사를 짓는다.

위탁영농을 맡은 법인은 운영위원 9명과 영농관리 전담 8명, 청년농업인 10명으로 구성됐다. 청년농업인들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영농대행 인력으로 110헥타르(ha)에 달하는 특구의 대부분 농작업을 책임지고 있다. 드론 등 전문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어 병해충 방제를 드론으로 거뜬하게 해치우고 100마력 이상의 대형 농기계도 능숙하게 다룬다. 이모작으로의 빠른 전환이 가능했던 것도 이들의 활약 덕이 크다.

◆농가 소득은 2배 증대

2023년 들녘특구 사업을 시작하면서 법인의 지난해 농업생산액은 1.3배 늘었다. 벼농사만 지었을 때는 12억5천만원의 수익이 발생했지만 하계작물로 콩(70ha)과 벼(30ha), 동계작물로 조사료(105ha)와 밀(5ha) 등 이모작을 하면서 15억7천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생산된 농산물은 지역 축산농가의 조사료로 공급하거나 주변 관광지의 콩요리 식당 등에 원료로 납품하고 있다. 일부는 자체 가공용으로 활용한다.

특구에 참여한 농가의 소득 증대는 농업생산액 증가폭보다 더 크다. 농지를 법인에 위탁한 고령의 농업인들은 이전에 농지 임대료로 3.3㎡(1평)당 1천원의 소득을 얻었지만 법인에 농지를 위탁하고 나서는 2천원의 배당금을 받고 있다.

위탁 대신 공동영농으로 함께 농사를 지은 농가는 3.3㎡당 3천원을 배당받아 기존 벼농사 1모작을 했을 때의 소득 2천40원보다 1.5배 늘었다. 특히 밭갈이 작업이나 병해충 방제 등 대형 농기계가 필요하고 노동력이 많이 소요되는 농작업은 청년농업인들이 영농대행 협업을 해줘 개별적으로 농사를 지을 때보다 훨씬 수월해졌다.

경주 식량작물 특구에 조성된 들녘한끼 1호점 성지콩밭 식당에 손님들이 가득 차 있다. 경북농업기술원 제공
경주 식량작물 특구에 조성된 들녘한끼 1호점 성지콩밭 식당에 손님들이 가득 차 있다. 경북농업기술원 제공

◆특화마을 '豆근豆근 콩마을'로 부가가치 창출

경주는 예전부터 콩을 재배하는 농가가 많아 두부 등 콩 요리가 발달됐다. 특구가 위치한 천북면 일대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이 곳은 경주보문관광단지에서 서북쪽으로 직선상 5km 남짓 떨어진 곳에 있어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물론 유동인구도 풍부하다. 이런 이점을 살려 특구사업과 함께 특화마을도 함께 조성했다. '두근두근 콩마을'이 그것이다. 이로써 이곳 특구에서는 콩의 생산에서부터 가공, 요리, 체험 등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농촌관광 원스톱 시스템이 가능해졌다.

두근두근 콩마을은 3개 동으로 나눠져 있다. 첫 번째 동은 지난 6월 오픈한 들녘한끼 1호점 성지콩밭 식당이다. 특구에서 생산한 우리밀과 콩을 활용해 새참을 요리하는데 우리밀 콩국수와 자장면, 순두부짬뽕, 마파두부 등이 주 메뉴다. 하루 평균 200여명이 찾을 정도로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다. 매장 영업 뿐 배달도 한다. 농번기에는 들녘으로 새참을 배달하고 주변에 있는 펜션 등에는 가족 단위 코스요리와 도시락 등을 배달한다.

두 번째 동은 특구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가공하는 공간이다. 특구에서 생산한 콩으로 즉석두부와 콩물을 만든다. 판매처는 특구에서 운영하는 '착한두부' 판매장과 지역 로컬푸드 직매장 등이다. 재구매율이 높아 연매출 3억원 이상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세 번째 동에선 콩을 활용한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11월부터 본격 가동하게 된다. 경관들녘 사업(5월 보리, 8월 제주피, 10월 코스모스 단지 등 감상)과도 연계할 예정이다.

◆농업혁신 모델로 자리매김하는 게 목표

경주 식량작물 특구는 지금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다양한 시도와 발전 청사진을 세워 놓고 있다. 그 첫째가 신품종 출시다. 특구는 경북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신품종 검정콩을 공동으로 시험 재배 중인데 영양성분이 우수하고 가공에도 적합해 향후 다양한 가공상품과 요리 메뉴로 선보일 예정이다. 아울러 들녘한끼 식당과 직영점인 '착한두부' 판매장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특구는 '월급 받는 농사 모델'도 추진하고 있다. 농촌인구 고령화로 인한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현재 법인은 공동영농에 노동력을 제공할 경우 하루 15만원의 인건비를 주고 있고 상시로 영농에 참여할 경우엔 월 300만원 정도를 월급 형태로 지급하고 있다. 광원영농조합법인 관계자는 "농사를 지어도 직장생활을 통해 얻는 고정 급여 등 안정적인 수입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며 "이를 통해 농촌으로 돌아오는 귀촌인력과 청년농업인 유입이 촉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들녘특구 사업으로 소득이 늘고 마을을 찾는 발길도 이어지자 특구 (준)조합원들의 얼굴에도 웃음꼿이 피었다. 한 조합원은 "지역 청년농업인들과의 협업을 통한 대규모 공동영농과 6차 산업화를 동시에 추진하면서 청년들에게는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고 고령의 농업인들에게는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할 수 있게 됐다"며 "대한민국 대표 농업혁신 모델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최동식 광원영농조합법인 대표.
최동식 광원영농조합법인 대표.

〈인터뷰〉최동식 광원영농조합법인 대표

경주 식량작물 특구의 위탁영농을 맡은 광원영농조합법인 최동식 대표는 "공동영농을 통한 소득 증대와 농작업의 효율성이 입증됐으니 특구에 참여하는 농가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벼와 콩, 밀과 조사료 2모작 재배를 기반으로 6차 산업화에 박차를 가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각오다.

특구 운영의 애로점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한 작황 변동, 농촌 일손 부족 등을 꼽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은 청년농부를 육성하고 기계화 및 공동영농 규모도 확대할 방침이다.

단순한 농업을 넘어 특구를 지역 먹거리 산업의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성지콩밭 식당을 지역 대표 브랜드로 키워 경주에 오면 꼭 들러야 할 체험과 맛의 공간으로 자리잡게 한다는 것이다. 특구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로 다양한 가공품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겠다는 것도 그의 목표다.

〈인터뷰〉청년농업인 정성윤 씨

청년농업인 정성윤 씨.
청년농업인 정성윤 씨.

청년농업인 정성윤 씨는 특구 이전 해당 지역에서 벼, 콩, 조사료 등 복합영농을 13년 간 했다. 들녘특구가 된 이후에는 조합원으로서 농사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특구로 인한 이점으로는 규모화·기계화가 이뤄져 기존보다 훨씬 효율적이란 점을 들었다.

정 씨는 "혼자서는 힘든 농작업을 법인과 함께 해나가니 인건비와 장비 부담이 줄었고 적기에 작업을 할 수 있어 농사 결과도 좋아졌다"며 "판로 걱정도 줄어 마음이 든든하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손이 부족할 때가 가끔 있고, 콩농사에서 잡초 관리가 기계화 되지 않고 있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는 "앞으로 청년농부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며 "무엇보다 가공·체험 등 6차산업이 활성화돼 농민이 땀 흘려 지은 농산물이 제 값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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