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몸이 멍투성이였어요. 기절할 때까지 폭행하고, 깨워선 또 때렸다고 합니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취업사기와 감금 범죄의 전말이 점차 드러나는 가운데, 매일신문은 지난 7월 캄보디아 현지에서 구금됐다 돌아온 한 피해자의 가족과 연락이 닿았다. 피해자는 '트라우마'에 갇혀 가족의 도움 없이는 당시 기억을 떠올리는 것마저 힘겨워 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대구 중구에 사는 30대 A씨는 지난 7월 캄보디아에서 약 보름간 구금을 당했다. 지적장애 3급인 A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게임장 매니저의 꾐에 넘어가면서다.
A씨의 통장과 휴대전화를 빌린 매니저는 "잠시 여행을 다녀오라"며 A씨에게 캄보디아행 비행기표를 건넸다. A씨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택시에 태워져 7시간가량 이동했다. 캄보디아와 태국 국경에 도착한 A씨는 그제야 자신이 범죄 조직에 끌려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 아버지는 "조직원들이 아들에게 '넌 여기 놀러온 게 아니라, 반년 간 일하러 온 것'이라고 말했다 하더라"며 "아들은 컴퓨터가 많은 공간에서 일명 '로맨스 스캠'에 가담할 것을 강요받았다"고 말했다.
A씨가 "남의 돈을 뺏을 수는 없다"며 완강히 거부하자, 이들 조직은 사흘 만에 A씨를 중국 조직에 팔아넘겼다. 또 차를 타고 수 시간, A씨는 시아누크빌(수도 프놈펜에서 남서쪽으로 약 181㎞ 떨어진 도시) 인근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옮겨졌다.
아파트처럼 생긴 건물의 외벽에는 철창이 둘러져 있었다. 각 호실은 A씨처럼 납치된 이들의 숙소와 보이스피싱을 벌이는 '작업공간'으로 나뉘어 쓰였다. A씨는 다른 한국인 2명과 함께 방을 썼다고 했다.
이곳에서 A씨는 보이스피싱 가담을 거부할 때마다 무참히 폭행당했다. 후환이 두려워 섣불리 탈출을 시도하지도 못했다.
A씨 아버지는 "아들은 조직원들이 중국인으로 보이는 남자를 붙잡아와 손도끼로 발등을 내리치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면서 "그때는 '이러다 정말 죽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2주 뒤 중국 조직은 계획을 바꿔 A씨의 몸값을 뜯어내기로 결정했다. 조직은 가족에게 A씨의 목숨을 담보로 수백만원어치의 가상화폐를 요구했다. 그들은 "여기선 사람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암매장할 수도 있다"며 A씨를 폭행하는 소리를 전화기 너머로 들려주기도 했다.
다행히 A씨는 돈을 보낸 지 이틀 만에 다시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
A씨 아버지는 "텔레그램을 통해 인천공항에 서있는 아들 뒷모습 사진을 받았다"며 "다른 사건들을 보면 아들이 살아 돌아온 것 만으로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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