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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모의 영혼의 울림을 준 땅을 가다] 스리랑카의 알프스, 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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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찻길로 통하는 나인아치브리지.엘라의 무성한 계곡을 웅장하게 가로지르는 나인아치브리지는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철강이 부족했던 1920년대의 놀라운 공학으로 돌과 시멘트로 건설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찻길로 통하는 나인아치브리지.엘라의 무성한 계곡을 웅장하게 가로지르는 나인아치브리지는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철강이 부족했던 1920년대의 놀라운 공학으로 돌과 시멘트로 건설되었다.

◆ 여행자들의 파라다이스

스리랑카는 인도양의 한가운데 자리한 섬나라지만, 그 안에 담긴 풍경과 기후는 실로 다채롭다. 서부와 중부를 여행하다 보면 하루 종일 온몸을 짓누르는 무더위에 지치기 마련이다. 그러나 기차로 몇 시간을 달려 도착한 엘라(Ella)에서는, 마치 다른 세계로 옮겨 온 듯 무더위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해발 1,041m 고원지대에 자리한 이 산간 마을은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해 외투를 걸쳐야 할 정도다. 안개가 자욱이 내려앉은 언덕, 초록빛으로 물든 차밭, 그리고 고즈넉한 산마을 풍경이 어우러져 여행자를 맞이한다.

엘라는 그 자체로 여행의 쉼표가 되어준다. 스리랑카 곳곳을 누비며 쌓인 피로가 이곳에서는 눈 녹듯 사라지고, 대신 고요한 자연과 여유로운 시간이 찾아온다. 하지만 이 마을이 단순히 조용한 휴식처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라바나 폭포는 여러 개의 폭포로 구성되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떨어져 내려오는 모습이 장관이다.
라바나 폭포는 여러 개의 폭포로 구성되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떨어져 내려오는 모습이 장관이다.

고산지대의 청명한 공기와 광활한 차밭, 웅장한 엘라 록(Ella Rock), 그리고 원시림 속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포는 여행자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그래서일까, 엘라는 오래전부터 '스리랑카의 알프스'라는 별칭을 얻었다.

작은 마을이지만 그 속은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여행자들로 늘 활기가 넘친다. 도시라고 부르기에 어색할 만큼 메인도로 양쪽으로 줄 지어 있는 레스토랑이 전부인 작은 마을, 카페와 레스토랑은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가득하며,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여유와 자유로움을 상징한다.

특히 유럽의 젊은 여행자들이 이곳을 즐겨 찾아, 엘라는 어느새 스리랑카 여행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그곳엔 언제나 여행자들로 붐비고 열기가 넘친다. 고요한 자연과 활기찬 도시적 감성이 공존하는 독특한 매력이 여행자들을 이끌어 이곳에 오래 머무르게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찻길로 통하는 나인아치브리지.엘라의 무성한 계곡을 웅장하게 가로지르는 나인아치브리지는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철강이 부족했던 1920년대의 놀라운 공학으로 돌과 시멘트로 건설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찻길로 통하는 나인아치브리지.엘라의 무성한 계곡을 웅장하게 가로지르는 나인아치브리지는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철강이 부족했던 1920년대의 놀라운 공학으로 돌과 시멘트로 건설되었다.

◆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찻길

엘라의 상징은 단연 나인아치 브리지(Nine Arches Bridge)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찻길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며, 스리랑카를 소개하는 관광 자료에도 빠지지 않는다. 울창한 정글과 깊은 협곡 사이를 아홉 개의 아치로 버티고 선 이 다리는, 마치 하늘로 이어진 길처럼 장엄한 자태를 뽐낸다. 엘라와 데모다라(Demodara)기차역 사이에 위치해, 엘라역에서 철길을 따라 걸어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다리는 1921년, 영국 식민지 시절에 건설한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철강을 공급받지 못하자, 현지인들은 석재벽돌과 시멘트만으로 공사를 완성했다. 높이 24m, 길이 91m에 달하는 석조 다리는 당시 공학적 업적의 정점으로 평가받았으며, 오늘날까지 하루에도 여러 차례 기차가 오가는 교통로로 사용되고 있다. 100년 넘는 세월 동안 여전히 단단히 버티고 선 이 다리는, 식민지 시절 싱할라인들의 자존심이자 스리랑카의 근대사를 증언하는 현장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찻길로 통하는 나인아치브리지.엘라의 무성한 계곡을 웅장하게 가로지르는 나인아치브리지는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철강이 부족했던 1920년대의 놀라운 공학으로 돌과 시멘트로 건설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찻길로 통하는 나인아치브리지.엘라의 무성한 계곡을 웅장하게 가로지르는 나인아치브리지는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철강이 부족했던 1920년대의 놀라운 공학으로 돌과 시멘트로 건설되었다.

무엇보다 여행자들을 매료시키는 순간은 기차가 등장하는 그때다. 계곡의 정적을 뜷고 종이 땡땡 울리기 시작하더니 매우 느린 속도로 열차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주변의 울창한 숲과 어우러진 나인아치브리지에 기차가 들어오니 곡선으로 휘어진 선로를 타고 시간을 거슬러 유럽 중세시대로 이동할 것만 같았다.

터널을 빠져나와 아치교 위로 천천히 진입하는 기차의 모습은, 마치 영화 '해리포터' 속 호그와트 특급을 떠올리게 한다. 철길 다리에 모여든 여행자들은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르며, 기차가 약 30초간 다리를 건너는 순간을 기록한다. 이 짧지만 강렬한 시간은 누구에게나 평생 잊지 못할 장면으로 남는다.

흥미로운 점은, 이곳에서는 여행자들이 다리 위 선로를 자유롭게 걸어 다니거나 난간에 앉아 풍경을 즐긴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였다면 상상조차 힘든 장면이지만, 시속 20km의 느린 기차 운행 덕분에 가능한 풍경이다. 위험보다는 자유를 우선시하는 이곳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여행자들에게 한층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엘라의 짚라인은 심장을 뛰게 하는 놀라운 장소로 아름다운 풍경 위를 날아갈 때의 스릴과 감탄사가 쏟아진다.
엘라의 짚라인은 심장을 뛰게 하는 놀라운 장소로 아름다운 풍경 위를 날아갈 때의 스릴과 감탄사가 쏟아진다.

◆ 자연과 모험이 공존하는 마을

엘라는 휴식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모험의 무대다. 가장 인기 있는 하이킹 코스는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이 내려다보이는 1,141m의 '리틀 아담스 피크(Little Adam's Peak)'다. 정상까지 오르는 데 한 시간 남짓 걸리는 비교적 쉬운 코스로, 남녀노소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정상에 서면 녹차 밭이 펼쳐지고, 라바나(Ravana)폭포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특히 늦은 오후에 올라 일몰을 감상하면, 붉게 물든 하늘과 산맥이 어우러진 파노라마 풍경이 눈과 가슴을 동시에 채워준다.

모험을 즐기는 여행자들에게는 플라잉 라바나 짚라인이 인기다. 길이 500m의 케이블 위를 시속 80km로 질주하며, 고산지대의 녹음 속을 가로지르는 경험은 아드레날린을 한껏 자극한다. 인근 어드벤처 파크에서는 메가 점프, ATV, 스카이워크 등 다양한 액티비티도 체험할 수 있어 하루 종일 즐거움이 이어진다.

엘라의 명물
엘라의 명물 '엘라 스윙(Ella Swing)' .인생샷을 남기고 싶다면 컬러풀한 드레스를 대여 받아 타는 엘라스윙이 제격으로 짜릿하고 환상적인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엘라의 명물 '엘라 스윙(Ella Swing)'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꽃으로 장식된 거대한 그네에 몸을 맡기면, 엘라 록을 배경으로 환상적인 풍광이 눈앞에 펼쳐진다.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다채로운 드레스를 대여해 사진을 남기며, 인생샷을 위한 특별한 추억을 만든다.

자연의 웅장함을 체험하고 싶다면 엘라 시내에서 약6km 떨어진 라바나 폭포를 가는 것도 좋다. 높이 25m에서 세 갈래로 흘러내리는 폭포는 타원형의 오목한 바위에서 쏟아져 내리는 계단식 폭포로 우기에는 수량이 많아져 위험하지만 장관을 이루는 폭포이다. 폭포 아래 형성된 천연 수영장은 더위를 식히기에 제격이지만, 급류와 미끄러운 바위는 늘 조심해야 한다.

엘라 선사동굴은 2만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선사시대 인류가 거주한 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로 200m까지 들어갈 수 있다.
엘라 선사동굴은 2만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선사시대 인류가 거주한 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로 200m까지 들어갈 수 있다.

라바나 폭포 근처에는 또 하나의 명소, 라바나 엘라 선사 동굴(Ravana Ella Pre Historic Cave)이 있다. 해발 1,370m 지점에 위치한 이 동굴은 약 2만 년 전 인류가 거주한 흔적이 남아 있는 역사적 장소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올라야 하지만,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엘라 협곡의 풍경은 그 모든 수고를 단번에 보상해 준다. 동굴 안에는 여전히 박쥐들이 서식하고 있으며, 관목 숲을 따라 이어지는 하이킹 코스는 또 다른 모험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엘라는 작은 산골 마을이지만, 그 속에는 다양한 얼굴이 공존한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역사의 흔적, 모험과 낭만이 한데 어우러져 스리랑카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되어준다. 여행자의 피로를 풀어주는 휴식처이자, 짜릿한 체험을 선사하는 모험의 무대. 그래서 엘라는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며, '스리랑카의 알프스'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는 곳이다.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ymahn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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