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쯤의 일이다. 돈키호테 같은 한 한국 청년의 유튜브 영상을 봤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구입한 요트를 타고 속초로 내려오는 3박4일간의 여정을 담은 20분짜리 영상이었다. 이 청년의 삶이 궁금했다. 그의 유튜브 채널을 살펴봤다. 러시아 뉴스에 등장한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스물 세 살이던 그는 에스토니아에 교환학생으로 가기 위해 2개월여 간의 일정으로 자전거를 타고 러시아를 횡단하고 있었다. 특이한 그의 여정에 러시아 언론도 주목했던 것이다.
그는 속초에 내려온 지 1개월 뒤쯤 북태평양 일주를 하겠다며 영상을 올렸다. 그 영상을 본 걸 끝으로 그는 기억에서 잊혔다.
최근 그 청년이 경북 포항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름은 박하늘(34). '칠성항해'란 이름으로 요트 투어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최근 포항요트계류장에서 만난 박하늘 대표는 "누구나 쉽게 요트를 배우고 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그 꿈을 포항에서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에스토니아까지 자전거를 타고 러시아를 횡단하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충북대 도시공학과를 다닐 때다. 3학년 때 에스토니아 탈린대학교 교환학생으로 선발됐다. 당시는 여름방학 기간으로 가을학기 시작까지 2개월여가 남은 터라 좀 특별하게 가고 싶었다. 러시아어에 관심이 있기도 했고, 막연히 꿈꾸던 러시아 쪽 도시개발에 대한 구상도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해 2개월여 동안 자전거로 러시아를 횡단해 에스토니아까지 가게 됐다. 무사히 도착해 한 학기 수업을 잘 마쳤다. 돌아올 땐 자전거를 두고 비행기를 타고 왔다. 2015년 때의 일이다.
이 일이 계기가 돼 이듬해엔 실크로드를 따라 유럽까지 가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 현지 사람들과 얘기할 기회가 많지 않기에 이번엔 히치하이킹으로 현지인의 도움을 받으며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아니면 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에서 4학년 여름방학을 활용해 실행에 옮겼다. 백두산을 출발해 이탈리아 돌로미티까지 가는 여정이었다.
-원래 모험심이 강한 성향인가.
▶가끔씩 저도 생각해보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아마도 어릴 때 못해본 것에 대한 보상심리 같은 것에서 출발한 게 아닌가 싶다.
어린 시절 충북 옥천의 시골 산골에 살았던 탓에 멀리 가본 기억이 별로 없다. 얼마나 시골인지를 설명하자면 동네에 집이 10가구가 채 안 되고, 버스도 하루 2번 들어오는 마을이었다. 초등학교도 10㎞ 정도 떨어진 곳에 있어서 아버지께서 매일 차를 태워주셨다. 공부를 하려면 도시로 나가야 한다는 아버지 뜻에 따라 중고생 때는 어머니와 따로 집을 구해 대전에서 살았다. 그 시절엔 친구들이 즐겨하던 게임도 안하고 공부만 했다.
대학을 가보니 도서관과 학원만 오가던 중고생 때와 달리 자유가 있었다. 친구들과 배낭여행도 갔고 마라톤이나 철인3종경기 등에도 도전하며 그간의 답답했던 마음을 표출했던 것 같다. 순항훈련 때는 세계일주도 할 수 있다는 말에, 군대도 해군을 지원했다. 운 좋게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 승조원으로 근무하게 됐지만 아쉽게도 꿈꾸던 세계일주는 하지 못했다.
-대학 졸업 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대학 4학년 때부터 전공에 맞게 토목·건설 회사 여러 곳에 입사 지원을 했었는데 잘 안 됐다. 좋아하는 여행 쪽도 괜찮겠다는 생각에서 여행사에 문을 두드렸고, 졸업하던 해인 2017년 5월 서울에 본사를 둔 러시아 전문 여행사에 입사하게 됐다. 대학 때 복수전공으로 러시아어를 공부했었는데 때마침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근무하는 조건이었다.
-요트는 어떻게 접하게 됐나.
▶2018년 여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요트를 처음 타봤다. 그때부터 요트의 매력에 푹 빠져서 시간 날 때마다 요트 타며 항해 기술을 익혔다. 그해 겨울 요트를 사아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반년쯤 요트를 보러 돌아다녔고, 2019년 5월에 요트 1대를 구입했다. 당시 기준으로 35년 된 30피트(ft)짜리 세일링 요트였다. 한국돈으로 1천800만원 정도 들었다. 이 요트를 기반으로 한국으로 돌아가 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사실 블라디보스토크 쪽에는 요트관광이 상당히 활성화돼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요트 체험 방식도 국내와는 달랐다. 인근 섬 주변에 정박해 바다에 들어가 채집도 하고, 섬에 들어가 바비큐도 해먹으며 며칠씩 자연을 즐기는 식이다. 한국에 들어가 이 같은 방식을 적용해본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부터 더욱 열심히 항해 기술을 익혔다. 첫 요트체험을 했던 배의 선장에게 교육을 받았다. 저보다 7살이 많았는데, 나중엔 친해져서 시간 될 때마다 함께하며 무료로 배울 수 있었다.
-한국엔 언제 들어왔나. 포항엔 어떻게 정착하게 된 건가.
▶2019년 10월 20일 퇴사를 한 뒤 곧바로 요트를 타고 한국으로 들어왔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강원도 속초까지 3박4일 걸렸다. 북한 해역을 빙 둘러 내려오긴 했지만 나포될 위험이 있었기에, 제게 요트를 가르쳐줬던 러시아 선장이 혼자선 위험하다며 동행해줬다. 혹시 몰라 요트에 러시아 국기까지 달고 내려왔다.
처음부터 포항을 염두에 둔 건 아니었다. 속초에 1개월여 동안 머물며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고민했다. 그렇게 생각한 게 북태평양 일주였다. 동해안을 따라 내려와 남해와 오키나와를 거쳐 필리핀까지 다녀올 생각이었다.
고향친구 1명을 구해 12월 말 속초를 출발했다. 포항에서 출국심사를 받고 일본으로 떠났다. 하지만 얼마 안 돼 난관에 봉착했다. 대마도에서 서류가 미미하다는 이유로 입국이 거부된 것이다. 그 바람에 부산으로 가게 됐고 함께 했던 친구가 힘이 들었는지 이정도로 만족한다며 돌아가게 되면서 항해를 포기하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부산에 배를 세울 데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통영으로 갔다. 하지만 그곳에도 제 자리는 없었다. 수소문 끝에 포항에 자리가 있다는 연락을 받게 되면서 이곳으로 오게 됐다. 2020년 3월 1일의 일이다.
-처음 포항에 와서는 어떻게 지냈나.
▶처음 왔을 땐 배만 1척 있었지 돈도 없고 아무 것도 없었다. 수개월 간 배에서 생활하며 노트북으로 사업자등록 신청을 하고 포털사이트에 상품을 만들어 올렸다. 그해 3월 첫 손님을 맞았고 조금씩 입소문이 나면서 차츰 찾는 이들이 발길도 늘어나게 됐다.
-사실 당시 러시아에서 구입한 배가 럭셔리한 것도 아닌데다 다소 작은 규모의 세일링 요트였다. 관광객을 받기에 적당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 이유로 차별화를 둔 게 '세일링'이란 콘셉트였다. 돛을 펴고 항해를 한다는 의미다. 국내 거의 모든 요트 투어 업체는 엔진을 켜고 한정된 시간에 맞춰 코스를 한 바퀴 도는 방식의 체험상품을 운영한다. 반면 저는 돛을 펴고 바람의 힘으로 항해하는 체험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방파제 밖을 빠져나갈 때까지만 엔진의 힘을 빌리는 정도다. 바람이 없는 날에는 그냥 바다에 둥둥 떠 있더라도 돛을 편다. 바람의 힘으로 가는 요트의 본질을 체험객 한명 한명이 고스란히 느끼고 갔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업체 이름도 '○○요트투어'가 아니라 '칠성항해'다. 영어로 하면 'sail'(항해)란 단어가 들어간다.
-올해로 7년차다. 그동안 배도 4대로 늘었다.
▶뭐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돈이 없어서다. 돈이 많았다면 좋은 거 하나 사면 되는데 싼 걸 계속 사게 되면서 나머지 배를 팔지 못해 4대가 된 거다.
-무엇을 꿈꾸고 있나.
▶제 요트가 정박해 있는 동빈내항 포항요트계류장엔 관리가 안 돼 방치된 개인 요트가 많다. 이런 배를 빌려 정비를 한 뒤 항해를 원하는 이들에게 빌려주거나 숙박시설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 세계 어디에서든 요트를 빌려 탈 수 있게 하는 플랫폼도 모색하고 있다. 이를테면 저희 회원이 해외에 갈 경우 제휴업체에서 쉽게 요트를 빌려 탈 수 있도록 하는 거다. 그 첫걸음으로 지난해 처음으로 일본 업체와 시범 운영을 해봤다. 칠성요트클럽을 통해 항해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누구나 쉽게 요트를 배우고 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제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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