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에서 부동산 보유세 인상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가 잇따라 세제 개편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정책 논의에 불이 붙고 있다.
이형일 기재부 1차관은 17일 SBS라디오 '진태현의 정치쇼'에서 "보유세 인상 여부를 포함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를 시작했다"며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부동산세제를 전반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아직 명확한 답을 내기 어렵지만, 인상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건 섣부르다"고 말했다.
정부는 15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서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하고 고가주택 대출규제 강화 등 강도 높은 수요억제책을 내놓았지만, 세제 개편 카드는 꺼내지 않았다. 당시 기재부는 "세제는 가능한 한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시장 영향과 과세 형평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판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불과 이틀 만에 부동산 세제 검토 방침을 세제 검토 방침을 내놓으면서 보유세 인상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국토부는 보다 적극적인 입장이다. 이상경 국토부 1차관은 전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부동산에 몰리는 자금을 생산적인 분야로 돌리려면 보유세를 포함한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며 "공정시장가액비율과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낮아지면서 보유세 부담이 지나치게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를 낮추면 거래가 자연스럽게 활성화되고 가격도 안정되는 것이 일반적 이론"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윤덕 국토부 장관 역시 지난달 29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개인 의견을 전제로 "보유세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장관과 차관이 연이어 보유세 인상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국토부가 세제 개편의 전면에 서는 모양새다.
정부 내부에서는 기재부가 신중론을, 국토부가 강경론을 주도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형일 차관은 "시각이 다른 건 아니다"며 "정책 수단은 필요할 때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보유세 인상 여부는 시장 상황과 국민 여론, 정치적 부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절충안'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연말 세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보유세 인상안을 구체화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공시가격 현실화율이나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등 간접 인상 방식이 우선 검토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세제 강화가 수도권 시장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겠지만 지방에는 오히려 자금이 유입되는 '풍선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강정규 동아대 부동산대학원장은 "보유세 논의가 본격화되면 고가 주택 보유자들의 부담은 커지겠지만, 지방 건설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나쁠 것이 없다"며 "수도권 고가 주택에 대한 세 부담이 커지면 일부 유동성 자금이 대구 수성구나 부산 해운대구 등 지방 상급지로 이동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2018년 문재인 정부가 강남을 중심으로 수도권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를 강화했을 때도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현상이 일부 관찰됐다. 특히 대구 수성구 범어동·만촌동이나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등 지방 대표 상급지는 수도권 자금의 '대피처'로 주목받았다.
다만 그는 "대형 애드벌룬이라기 보다는 사람 머리만한 풍선 크기에 그칠 것"이라는 말로 지나친 기대감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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