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 한 염전에서 지적 장애인이 수십 년 동안 노동 착취를 당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지역 경찰이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도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지 않아 방치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21일 SBS에 따르면 신안군 신의도에서 염전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지적장애인 장모씨에게 2019년부터 4년 반 동안 임금 6천600만원을 미지급한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기소돼 벌금 3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A씨는 2014년에도 부친이 유인해 온 지적 장애인을 착취한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처벌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는 IQ 42의 중증 지적 장애인으로 20대 후반이던 1988년 경기도 성남시에서 실종됐다. 장씨 가족은 그가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37년 만인 지난 7월 그의 생존을 알게 됐다.
법원에서 광주 한 요양병원이 신청한 성년 후견 절차에 동의하냐는 우편물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가족은 황급히 해당 병원을 찾아 장씨를 데려왔으나 병원에서 본 장씨의 모습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수십년간 염전에서 소금을 채취했다는 그의 발톱과 치아는 모두 빠져 있었다.
장씨는 지난해 10월 염전이 문을 닫으면서 요양병원으로 보내진 것으로 전해졌다. 요양병원 측은 염전주 A씨가 장씨를 '무연고자'로 설명했다며 "(가족이) 전혀 없으니까 병원에서 후견인을 맡으려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염전에서 강제 노역을 했던 장씨는 경찰 단속을 피해 산과 창고에 숨기를 반복했던 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염전주 A씨는 "자신은 오갈 데 없는 장씨를 돌봐준 것뿐"이라며 "경찰에 다 얘기했으니 더 이상 물어보지 말라"고 했다.
장씨는 실종된 후 A씨 부자로부터 대를 이어 최소 20년간 '염전 노예'로 착취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 부자는 2014년 또 다른 지적 장애인 B씨를 유인해 착취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 경찰은 당시 장씨도 피해자로 인지한 상태였다. 경찰의 수사 자료에는 A씨가 염전 강제노역 사건이 공론화되자 장씨와 B씨를 섬에서 빼돌려 전남 무안군 가족 집으로 보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장씨는 보건복지부 산하 장애인인권센터가 상담한 염전 강제노동 피해자 명단에도 포함됐지만, 구조는 이뤄지지 않았다. 2023년에도 신안군이 장씨의 실상을 확인하고 경찰에 A씨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지만, 장씨는 A씨와 분리되지 않은 채 조사를 받았고 결국 염전에 그대로 남겨졌다.
경찰은 이에 대해 "장씨 가족 한 명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고, 장씨가 거부해 A씨와 분리시키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신안군청 관계자 역시 "본인들이 '나 지금 잘 지내고 있다'고 하면 바로 (분리가) 어려웠던 것 같다"고 했다.
염전 노예 피해자 장씨 측 법률대리인 최정규 변호사는 "구조해낼 골든타임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본인이 계속 그 학대 현장에 있겠다고 하면 그냥 내버려 둬야 하냐. 착취당하도록 내버려 둬야 하냐. 그게 국가의 역할은 아니지 않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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