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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父 때려 숨지게 했는데…법정서 울먹인 30대 징역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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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자료사진. 매일신문DB
재판 자료사진. 매일신문DB

아버지를 학대 끝에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에게 항소심에서도 징역 6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어린 시절과 양가적 감정을 언급하며 인간적인 성찰을 권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이은혜 부장판사)는 존속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된 A(31) 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A씨는 조현병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아버지를 장기간 폭행하고 욕설을 하는 등 학대를 이어오다, 결국 나무 막대기로 폭행해 사망하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22년 1월부터 강원 양양에서 조현병을 앓던 아버지 B(71) 씨와 함께 거주하며 일용직과 택배 업무를 병행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증세가 악화되면서 생활 스트레스가 누적됐고, 2023년 5월부터는 폭언과 폭행이 반복됐다. 올해 1월, B씨가 변기 물을 내리지 않은 일을 계기로 A씨는 나무 막대기로 아버지를 때리고 발로 차는 등 폭행을 가했다. 결국 B씨는 척추와 갈비뼈 골절 등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1심 재판부는 "윤리적 용인이 어려울 정도로 죄질이 좋지 않다"고 하면서도 "조현병을 앓는 아버지를 오랜 기간 홀로 부양하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점 등을 고려하면 모든 책임을 묻기엔 가혹하다"며 징역 6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징역 25년을 구형한 검찰은 형량이 가볍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에서 A씨는 "정말 아버지에게 큰 피해를 주려고 마음먹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울먹였다. 또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해 살아왔지만, 아버지를 보살피는 마음이 처음에 비해서 부족해지지 않았나 돌이켜본다"며 반성의 뜻을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의 패륜성과 결과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하면서도 A씨가 반성문을 제출하고 누나가 탄원서를 낸 점, 불우한 성장 환경 등을 참작해 원심을 유지했다.

이은혜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왜 이 사건에 이르게 됐을까를 생각해보면 '나는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아무것도 받은 게 없는데 나이 들어 짐만 된다'는 생각이 들다 보니 아버지에게 양가적인 감정이 들었을 것 같다"며 "이 좋은 세상을 제대로 즐기고 누려보지도 못한 채 아팠던 부친의 인생도 굉장히 불행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보호자로서가 아니라 한 남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되돌아본다면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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