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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기준금리 3연속 동결…부동산 과열·환율 불안에 '신중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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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작년 10월과 11월 연속 인하 이후, 올해 들어서도 2·5월 두 차례 금리를 내렸지만, 7월과 8월에 이어 이번까지 세 차례 연속 '동결'을 선택했다. 경기 부양보다는 부동산 시장 과열과 환율 불안을 우선 고려한 결정이다.

정부가 연이어 내놓은 6·27, 9·7, 10·15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아파트값은 꺾이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2주 전보다 0.54% 상승하며 오름폭이 더 커졌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 원으로 축소한 데 이어, 정부는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15억 원 이상 고가주택의 대출 한도를 2억~4억 원으로 제한하는 등 고강도 규제를 내놨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내릴 경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수요를 자극하고, 정부 부동산정책과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유동성을 더 늘려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환율 역시 금리 동결 결정의 주요 변수였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30원대를 넘나들며 5개월 반 만의 고점을 기록했다. 지난 14일 기준 주간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1,431.0원으로, 4월 29일(1,437.3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후로도 1,420~1,430원대에서 뚜렷한 안정 조짐이 없다.
이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지고, 외환시장 불안이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불확실성 등 대외 변동성이 커진 것도 한은이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0.25%포인트 금리 인하로 완화 전환을 시작한 뒤, 연속 인하와 상반기 2차례 인하로 경기 부양 기조를 이어왔다. 내수 부진과 미국발 관세 충격으로 성장률이 0%대에 머물 것이란 우려 속에서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수출 호조, 주식시장 활황, 소비심리 개선 등으로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며 금리 인하 압박은 완화됐다.

금통위는 의결문에서 "소비·수출 중심의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부동산 대책의 효과와 환율 변동성 등 금융안정 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향후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나머지 2명은 현 수준(2.50%) 동결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었다. 이는 지난 7월 4대2, 8월 5대1에서 다시 4대2로 돌아온 구도다.

금통위는 성장 하방 위험 완화를 위한 완화 기조를 유지하되, 부동산 대책 효과와 환율 변동성을 살피며 추가 인하 시기와 속도를 조정할 예정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11월에도 금리 인하로 돌아서기 어렵다고 본다. iM증권 김명실 "한은이 명시적으로 금융안정을 정책 고려사항으로 언급하고있는 만큼, 부동산 가격의 안정세 확인과 환율 변동성 완화가 선행되지 않는 한 추가 인하에 대한 명확한 시그널은 확인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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