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문의 주검 위에서 경쟁력의 꽃을 피우려는 발상은 대학의 존재 이유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일이다."
국립경국대학교 인문·문화학부 교수들이 28일 정오, 대학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외친 구호다.
이들은 "기초학문의 죽음은 단지 한 학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교육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학사구조 개편에 맞서 '기초학문 보호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
◆ "글로컬대학30, 인문학 통폐합 근거로 악용"
국립경국대는 2023년 '전통문화 기반 K-인문 특성화'를 내세워 '글로컬대학30' 사업(5년간 총사업비 약 1천억원)에 선정됐다.
그러나 인문·문화학부 교수들은 "글로컬대학 사업이 인문학 전공 통폐합의 근거로 악용되고 있다"며 반발했다.
교수들은 "2025학년도부터 학부 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는데도, 대학 본부가 과거 학과 체제의 지표를 근거로 충원율이 낮았던 전공을 폐지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또 "입학정원 감축과 직접 관련 없는 전공 통폐합을 정원 조정 명분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자의적 결정"이라고 지적하며, "교육부 지침이 아닌 대학 내부 계획을 마치 정부 요구인 양 포장하는 것은 왜곡된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 "인문학을 구조조정의 희생양으로 삼지 말라"
교수들은 성명서에서 "지난 20여년간 인문대학은 대학 본부의 요구에 따라 수차례 정원 감축을 감내했지만, 이제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며 "2027학년도 학사구조 개선은 인문학의 마지막 숨통을 끊는 잔인한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충원율·취업률 중심의 정량 지표로 기초학문을 재단하는 것은 교육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폭력"이라며 "학문적 기여도와 지역사회 공헌도를 반영하는 평가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교수들은 "안동은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이자 국학의 중심으로, 국립경국대 인문학은 오랫동안 지역사회와 함께 전통문화의 가치를 지켜왔다"며 "이번 구조조정은 안동의 정체성과 대학의 혼을 함께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 "정부는 기초학문 보호 특별법 제정하라"
비상대책위원회는 대학뿐 아니라 정부와 국회에도 제도적 개선을 요구했다.
교수들은 "수도권·취업률 중심의 평가체계가 지방대학과 기초학문을 함께 위축시키고 있다"며 정부에 ▷'기초·보호학문 진흥에 관한 특별법(가칭)' 제정 ▷'기초학문 보호기금' 신설 ▷평가체계 개편을 촉구했다.
또 대학에는 ▷'기초·보호학문진흥위원회(가칭)' 설치 ▷인문·기초학문 전공의 구조조정 예외 지정 등을 요구했다.
전국 국립대와 학문공동체에도 "기초학문 보호를 위한 공동 행동에 나서달라"고 제안했다.
◆ "기초학문은 교육과 문화의 마지막 토양"
한자문화콘텐츠전공 교수 김남기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현재 대학의 학사구조 개편은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인문학 죽이기'의 전형"이라며 "기초학문은 이 나라의 교육과 문화가 뿌리내릴 마지막 토양"이라고 말했다.
교수들은 이번 성명 발표를 시작으로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기초학문 보호 대책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전국 인문학 연구자들에게 서한을 발송해 연대 서명 운동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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