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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욱의 대구문화 오디세이] 'K-푸드 아이콘,' 대구 북구 떡볶이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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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방문객 30만명·세계축제협회 3연속 수상
단순 먹거리 행사 아닌 콘텐츠 참여형 차별화
'응답하라 떠·뽀끼' '떡슐랭 인증패' 세대 공감
외국인 관광객 유치·상권 상생 모델 해결 과제
사후 평가·체류 시간 늘릴 야간 프로그램 강화

떡볶이는
떡볶이는 '학창 시절의 음식'을 넘어 K-푸드 아이콘으로 성장했다.서울이 서민 간식 떡볶이의 출발지라면, 대구는 떡볶이를 확산·발전시킨 또 하나의 중심지다.

◆추억의 간식에서 K-푸드 아이콘으로

한국인에게 떡볶이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학교 앞 분식집에서 500원 동전 하나를 내고 종이컵에 담아 먹던 국물떡볶이는 세대를 잇는 추억이며, 청춘과 향수의 매개체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떡볶이는 더 이상 하굣길의 간식으로만 남아 있지 않다.

지금은 유튜브 먹방, K-드라마, K-팝 스타의 인터뷰 속에서 세계인에게 소개되는 문화콘텐츠이자 K-푸드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특히 대구시 북구에서 선도적으로 기획한 '떡볶이페스티벌'은 지역의 분식 문화와 브랜드 자산을 기반으로, 단기간에 전국적·국제적 주목을 이끈 축제콘텐츠다. 이 축제는 음식이 문화와 산업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무대이다.

◆궁중 별식에서 서민의 분식, 세계인의 간식으로

떡볶이의 기원은 조선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주식방문(酒食方文)』, 『시의전서(是議全書)』, 『규곤요람(閨壺要覽)』 등 여러 고조리서에는 '복기', '병자(餠炙)'라는 이름으로 기록된 음식이 등장한다. 흰 가래떡을 썰어 고기와 채소를 함께 간장으로 볶아낸 요리였다. 20세기 초까지 떡볶이는 여전히 제례 음식과 고급 반찬으로 소비되었으나, 1950년대 6·25전쟁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원조 물자였던 밀가루가 대량으로 보급되면서 쌀 대신 값싼 대체 식재료인 밀가루로 떡이 만들어졌다. 이 시기에 서울 신당동에서 마복림 할머니가 고추장을 활용해 볶아낸 '빨간떡볶이'를 선보였고, 이는 전국적 열풍을 일으키며 서민의 간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떡볶이는 시대마다 새로운 얼굴을 만들어냈다.

1970~80년대 학교 앞 분식집의 어묵·삶은 계란을 곁들인 '국물떡볶이', 1990년대 후반 IMF 시기 자영업 아이템으로서의 분식 창업 떡볶이집, 2000년대 '엽기떡볶이', 2010년대 '로제떡볶이', 최근에는 컵떡볶이·밀키트·프랜차이즈 형태의 글로벌 떡볶이로 진화하며 세계화의 길을 걷고 있다. 이제 떡볶이는 '학창 시절의 음식'을 넘어 '세계인의 스낵(Snack)'으로 성장한 것이다.

윤옥연 할매 떡볶이 본점
윤옥연 할매 떡볶이 본점

◆대구가 떡볶이 '중심지'로 불리는 이유

서울이 서민 간식 떡볶이의 출발지라면, 대구는 떡볶이를 확산·발전시킨 또 하나의 중심지다. '신천할매떡볶이'(지금의 윤옥연 할매떡볶이)는 1970년대 신천시장에서 출발해 멸치 육수와 후추 향, 자박한 국물맛으로 대구식 떡볶이의 원형을 만들었다.

'천천천(떡볶이·어묵·만두 1000원 세트)'이라는 독특한 주문법, 떡볶이에 쿨피스를 곁들이는 문화와 오늘날 '국물떡볶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양식은 사실상 대구에서 비롯되었다. 1999년 칠성동에서 시작한 '신전떡볶이'는 후추 맛이 강한 매운 떡볶이로 전국적 성공을 거두었다.

신전떡볶이는 불과 20여 년 만에 국내 800여 개, 해외 18개 매장을 가진
신전떡볶이는 불과 20여 년 만에 국내 800여 개, 해외 18개 매장을 가진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불과 20여 년 만에 국내 800여 개, 해외 18개 매장을 가진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또한 중앙떡볶이, 달고떡볶이, 궁전떡볶이 등 전국적 인기를 얻은 브랜드가 대구에서 탄생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땅땅·멕시카나 등이 대구에서 출발했듯, 떡볶이 역시 대구에서 수많은 브랜드가 태어나 전국과 세계로 확산되었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대구를 '치킨과 떡볶이 프랜차이즈의 중심지'로 일컫는다.

대구 북구 떡볶이페스티벌 포스터
대구 북구 떡볶이페스티벌 포스터

◆떡볶이 역사와 공간의 상징성, 대구 북구

대구 북구가 떡볶이페스티벌의 중심지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우선, 역사적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6·25전쟁 직후 대구역은 원조 밀가루가 전국으로 퍼져나가는 관문이었다. 그 주변 칠성시장 인근에는 자연스럽게 떡볶이 포장마차 골목이 형성되었고, 지금까지 60년 이상 명맥이 이어져 내려왔다.

그리고 북구 칠성동과 침산동 일대는 대구 산업화 초기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제1공단 터이다. 근대 산업의 태동지였던 대구 제1공단 지역은 기존의 공단이 사라지고, 오늘날 떡볶이라는 K-푸드 브랜드와 새로운 도시문화가 출발하는 곳으로 자리잡았다. 또, 산업적 기반과 장소성이라는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전국 최대 프랜차이즈 신전떡볶이의 본점, 떡볶이 브랜드의 창업지, 세계 최초의 떡볶이 박물관이 모두 북구에 있다. 북구는 떡볶이의 기원·성장·산업화가 집약된 곳이자 역사와 산업이 만나는 떡볶이 문화의 상징적 중심지다.

대구 북구 떡볶이페스티벌 축제에 많은 시민들이 줄을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대구 북구 떡볶이페스티벌 축제에 많은 시민들이 줄을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북구 떡볶이페스티벌의 탄생과 차별화 포인트

2020년 북구청 한 공무원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이 축제는, 코로나19 상황으로 2021년 온라인에서 첫발을 뗐다. 떡볶이 맛집을 선정해 떡슐랭 인증패를 수여하며 지자체 최초의 떡볶이 페스티벌의 서막이 열리게 된다. 2022년 열린 첫 오프라인 행사는 예산 5천만 원, 하루 일정의 소규모 행사였지만, 전국에서 3만 명이 몰리는 성황을 이뤘다.

준비한 쿠폰이 한 시간 만에 매진되며 전국적 관심을 끌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떡볶이 없는 떡볶이 축제'라는 얘기도 들었지만, 이는 곧 잠재 수요의 폭발력을 증명하는 사건이었다. 이후 2023년부터는 전국 공개 모집을 통해 30여 개 업체가 참여했고, 관람객 수는 2024년까지 누적 24만, 지난주 열린 제5회는 30만 명 이상으로 확대되었다.

대구 북구청의 대표 행사인
대구 북구청의 대표 행사인 '떡볶이 페스티벌'이 제17회 피너클어워드(Pinnacle Awards IFEA World-Asia Chapter) 한국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매년 세계축제협회(IFEA) 피너클 어워즈 한국대회, 아시아대회, 그리고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세계대회에서도 3년 연속 수상하며 국제적 경쟁력도 확보했다. 불과 3~4년 만에 지역 신흥 축제에서 전국적 축제로 도약한 것이다. 대구 북구 떡볶이페스티벌은 단순한 먹거리 행사가 아니라 콘텐츠 중심형 축제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떡슐랭 인증패' 프로그램으로 지역 떡볶이 맛집을 발굴·홍보했고, '응답하라 떠-뽀끼'라는 슬로건으로 레트로 감성을 살려 세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또 방문객이 직접 체험과 평가에 참여함으로써, 단순 소비하는 객체가 아닌 적극적으로 축제를 함께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는 참여형 축제를 지향하고 있다. 또 '치맥은 대구, 떡페는 북구'라는 슬로건을 통해 대구치맥페스티벌과 함께 문화와 산업이 융합된 축제로 자리매김하며 대구의 도시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

대구 북구 떡볶이페스티벌 축제 현장.대구 북구청 제공
대구 북구 떡볶이페스티벌 축제 현장.대구 북구청 제공

◆진정한 의미의 톱클래스(Top-Class) 축제가 되려면...

물론 북구 떡볶이페스티벌은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유명 떡볶이집 일부는 축제에 참여하지 않고, 행사 공간 부족·회전율 문제·업체 부담 등 운영상 어려움을 지적한다. 또한 젊은 세대와 외국인 관광객을 꾸준히 유치하기 위한 콘텐츠 혁신, 지역 상권과의 상생 모델도 필요하다. 이는 떡볶이페스티벌이 단순히 사람이 많이 모인다는 성공 지표에 그치지 않고, 질적 성과를 담보하는 지속 가능한 브랜드형 축제로 발전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떡볶이페스티벌은 지역의 상징적 축제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전국 지자체의 독창적 축제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여, 북구뿐만 아니라 대구 도시브랜드를 높이는 특화 축제가 되어야 한다. 대구치맥페스티벌이 한국의 여름밤 문화를 세계에 알린 것처럼, 떡볶이페스티벌도 야간형 프로그램을 강화해 관광객 체류 시간을 늘리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구 북구 떡볶이페스티벌 캐릭터 .대구 북구청 제공
대구 북구 떡볶이페스티벌 캐릭터 .대구 북구청 제공

축제 종료 후 사후평가를 비롯하여 축제 전 과정에 대한 피드백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매년 개최되는 축제 자료에 대한 접근성과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종합적인 축제 아카이브 구축이 필요하다. 대구 북구 떡볶이페스티벌은 불과 몇 년 만에 큰 주목을 받는 축제로 성장했다.

이는 단순히 분식 거리를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라, 궁중의 별식에서 서민의 분식, 다시 세계인의 간식으로 변모한 한국 음식문화의 변천과 세계화를 상징하는 사건이다. 전국 최초(The First)이자 국내 최고(The Best)인 대구 북구 떡볶이페스티벌이 K-푸드 생활한류 도시 대구를 선도하는 톱클래스(Top-Class) 축제로 성장해 나가길 기대한다.

오동욱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오동욱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오동욱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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