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들이 가장 좋아한 공간
지난 1일 필자의 동물병원에 귀한 손님들이 왔다. 아시아·태평양 반려동물 수의사대회(FASAVA .Federation of Asian Small Animal Veterinary Association )의 투어프로그램으로, 각국의 수의사들이 직접 대구의 동물병원을 찾아 정보를 교류하는 장이다. 필자의 병원에는 일본,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서 온 수의사들 비롯, 히잡을 쓴 여성 수의사들이 꽤 많이 참석을 했다.
집중치료실, 고압산소챔버, HTB 재활치료기기, CT, MRI 등의 영상진단 시스템 그리고 고양이를 위한 전용 진료 공간들을 소개했다. 중간 중간 수의사들이 질문을 하기도 했는데 인도에서 온 수의사는 한국의 수의학과 대학 생활에 대한 것도 궁금해 했다. 수의사들이 제일 관심을 가진 곳은 수중재활치료 장비였다.
마지막으로 옥상 공간으로 안내했다. 이곳은 까마귀나 까치 등 야생 조류들이 치료를 받은 후에 사람의 손을 타지않고 충분히 회복해서 다시 날아갈 수 있게 마련된 공간이다. 첨단의 의료 시설이 갖추어진 곳은 아니지만 의외로 수의사들은 탄성을 지르며 이곳을 제일 좋아했다. 푸른 하늘과 탁트인 전경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하나의 비전 하나의 목소리
FASAVA는 2002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린 제27차 세계소동물수의사대회(WSAVA) 콩그레스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수의사들이 모여 논의를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호주, 중국, 홍콩, 이란,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태국, 대만 등의 수의사 협회 대표들이 참여하여 3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2005년 대만 타이베이에서 공식 설립되었고 2007년 호주 시드니에서 첫 번째 이사회 회의를 개최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FASAVA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수의학 발전의 중요한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는데 소동물 수의학이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적 특성을 공유하고 있어서 국가 간 협력과 지식 교환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대회는 매년 개최되며 보통 10월, 3일간 행사가 진행된다. 특히 이번 대구 대회는 2011년 제주도 WASAVA-FASAVA 콩그레스 이후 한국에서는 14년 만에 개최되는 의미있는 행사였다.
'하나의 비전 하나의 목소리'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에는 33개국 4천 여명이 사전 등록을 마쳤고 현장에서도 많은 참가자들이 등록해 4,500여 명의 수의사, 수의대생 그리고 동물보건사가 참석, 성공적인 대회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는 조직위원회가 2년 전부터 인도, 말레이시아, 일본, 중국 등 세계 여러 국가를 직접 찾아가 홍보전을 펼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는 아시아·태평양 국가는 물론이고 유럽, 아프리카의 수의사들도 한국을 찾았고 가족과 함께 대회에 참여한 수의사들도 많았다.
◆글로벌 권위자들이 참여한 최고의 강연
이번 'FASAVA 2025'에는 수준 높은 학술 프로그램이 많았다. 80여 개의 강연과 300여 개의 구두, 학술 포스터가 전시, 발표되었다. 기조 강연으로는 짐 베리 (Jim Berry) 세계소동물수의사회 회장이 맡아 동물의 수의학적 통증관리와 이를 통한 동물복지 강화에 대한 내용이었다. 짐 베리 회장이 참석했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WASAVA와 FASAVA가 서로 유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기조 강연후 이시타 타쿠오 FASAVA 회장과의 미팅을 통해 두 단체간의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스탠리 막스 UC데이비스 수의과대학 교수는 FASAVA를 창립하고 협회를 이끌었던 로저 클라크 (2023년 별세) FASAVA 초대 회장의 업적을 기리는 추모 강연을 했다. 이 외에 세계수의정형외과학회 다니엘 루이스 회장과 세계수의종양학회 더글라스 탐 회장도 관련 분야의 최신 동향에 대한 강연을 했다.
한국 출신 미국 수의전문의들의 강연도 열기가 뜨거웠다. 허지웅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수의과대학교수 (미국수의응급중환자과전문의), 김선아 코넬대학교 수의과대학교수 (미국동물행동의학전문의) 그리고 김순영 퍼듀대학교 수의과대학교수(미국수의외과전문의) 강의에는 많은 사람이 몰렸다.
동물보건사 세션도 성황을 이뤘다. 400여 명의 동물보건사가 참여해 연수교육을 받았는데 보호자들의 무분별한 자가 처치를 방지하고 수의사들의 진단과 검사의 순응도를 높이기 위한 간호 중재와 보호자 교육 내용이 소개되어 눈길을 끌었다. 또 제약회사에서도 세션에 참여해 반려견 면역항암제와 관절주사제, 고성능 냉각의료기기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125개 업체 205개의 홍보 부스에서는 다양한 혁신 제품과 서비스들이 소개되어 그 중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공되는 지능형 수의 진료지원 서비스가 시선을 집중시켰다. '건강검진 리포트'와 소견 초안을 AI가 자동으로 제시해서 수의사의 반복 업무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진료의 효율성을 높이고 보호자에게는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수녀님이 받은 공로상
아시아·태평양 지역 반려동물 임상 발전에 공헌을 '2025년 올해의 아시아·태평양 임상수의사'로 한국수의임상피부학회 강종일 회장이 선정돼 수상했다.
공로상에는 수의사가 아닌 프랑소와즈 수녀가 동물 복지 향상의 공으로 수상했다. 2007년 보고서에 의하면 캄보디아는 연간 800명 정도가 광견병으로 사망하는데 광견병 검사를 해보면 약 54%의 양성률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견병 예방 접종률은 2% 정도 밖에 안된다고 한다. 사실 광견병은 예방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한 번 질병에 걸리면 굉장히 치명적이고 치료할 약이 없기 때문이다.
프랑소와즈 수녀가 수십 년 간 캄보디아 뽀삿에서 동물 복지에 관심을 가지며 광견병 예방에 힘써왔다.이어진 또 하나의 공로상은 부끄럽지만 필자가 받게 됐다. 경북 산불 피해 현장에서 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공로로 수상했다. 사실 그 현장에는 필자 뿐 아니라 더 많은 수의사들이 봉사자들과 함께 화상입은 동물들의 구조와 치료를 위해 힘써 주었기 때문에 그 모든 분들의 헌신을 대표하여 수상한 것으로 생각했다.
이번 'FASAVA 2025' 대구 행사의 성공은 아주 큰 의미를 남겼다. 대구라는 지역 핸디캡을 극복하고 사상 최대규모인 4,500여명의 국내외 수의사들이 참관하여 성황리에 행사가 마무리 되었다. 아시아태평양 수의학 발전과 국제 협력의 리더로서의 입지를 구축함과 동시에 국내 반려동물의료 산업과 기업들로 부터는 세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확신한다.
행사의 유치와 성공을 위해 적극 지원해주신 대구시와 엑스코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대구시수의사회와 한국동물병원협회 준비위원으로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의 노고와 헌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내년 2026년 'FASAVA 콩그레스'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다.
박순석 수의사
SBS TV 동물농장 자문수의사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겸임교수
한국수의임상수의사회 부회장
박순석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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