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한국은 완전한 위기에 놓여있다. 코로나19 이후 미중 갈등과 극심한 저출산·고령화, 탄핵까지 하나만 발생해도 국가가 휘청할 일이 겹치고 겹쳤다. 나는 전세계적 K-신드롬에 함박 웃음 짓기 힘들다. 기네스북에도 기록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 발전을 이룩한 나라가 고사 직전 만개한 꽃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어려움을 일거에 말소할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통일이다. 많은 한국인은 통일을 냉소하고 조롱한다. 젊을수록 더하다. "내 한 몸 건사하지 못해서 행복을 포기했는데 2천500만명을 먹여 살리라는 말이냐"며 힐난한다. 하지만 자유통일은 꽤 괜찮은 극약 처방이다.
일단 신냉전 시대라서다. 한반도가 하나가 되면 우리에겐 큰 기회가 온다. 우리 국경이 중국과 맞닿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주한미군이 중국을 직접적으로 겨누게 된다는 뜻이다. 미군과 국경을 맞대는 일은 중국에겐 악몽 같은 상황이지만 중국과 국경을 맞대게 될 한국은 미국에게 지금보다 훨씬 더 중요한 파트너가 된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 속 한국의 위상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통일은 지정학적 로또에 당첨되는 것과 같다. 경제력 세계 2위 중국, 3위 일본, 10위권 한국으로 이뤄진 동아시아는 북미와 서유럽과 함께 세계 3대 경제권역이다. 이 한복판에 북한이 있는 건 청담동 한가운데 '맹지'가 있는 꼴이다. 지구상 가장 큰 경제권역을 잇는 요지를 완전히 영토화한다는 건 항만과 철도, 물류, 교통 네트워크를 만드는 기간(基幹)산업의 요지를 갖게 된다는 뜻이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도 일거에 해결 가능하다. 그토록 단순한 셈법이 어딨냐고 물을지 모르나 통일 뒤 대한민국 인구는 약 7천500만이다. 2천500만의 북한 주민 중 생산 가능 인구는 1천700만명이다. 한 명의 인구가 아쉬워서 이민자에게 손짓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지금의 한국을 보자. 남북 간 경제적 격차 해소와 사회 문화적 통합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난(至難)한 노력 끝엔 큰 보상이 있다.
세상이 바뀐 통에 좌파도 통일을 반대하며 우파도 통일에 심드렁하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국가적 집단 자살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지금의 상황에서 어떤 뾰족한 수가 있을까. 이에 대해 뾰족한 수가 있는 사람을 난 아직 본 적 없다. 한반도 북쪽은 헌법 3조에 따라 대한민국 영토고 그곳에 사는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헌법과 이념을 다 떠나 실리만 보자. 굳이 안 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누가 대답 좀 해줬으면 좋겠다.
정태민 프리드먼연구원 선임연구원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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