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이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후속 논의를 위한 민관 합동 회의에서 800조원이 넘는 국내 투자를 약속했다. 삼성이 5년간 450조원, SK는 2028년까지 128조원, 현대차는 2030년까지 125조2천억원 등 주요 기업들이 중장기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2천억달러 대미 투자로 국내 투자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拂拭)시키기 위한 차원이다. 관세 불안 해소를 계기로 국내 투자에 속도를 내면서 정부의 규제 개선과 인력 양성, 인프라 확충 등이 함께 맞물린다면 침체된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상황은 만만치 않다. 경제 주축(主軸)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옮겨 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는데, 서비스업 성장이 아니라 제조업 약화로 빚어지는 현상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중기경제전망에 따르면 내년 제조업 부가가치가 올해보다 1.5%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관세 충격에다 건설 경기 장기(長期) 위축, 중국 제품과의 경쟁으로 인한 반도체 가격 하락, 자동차 수요 둔화에 따른 수출 압박 등 여러 요인이 제조업 전망을 어둡게 한다. 갈수록 제조업은 저성장에 머물고 서비스업 성장세는 2% 안팎을 유지하면서 수출 주도 경제에 경고등이 켜질 수 있다.
단지 국내 투자 위축에 따른 제조업 위기가 아니라 중국과의 경쟁이 가장 큰 위협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0대 수출 주력업종의 한·미·일·중 경쟁력 현황과 전망을 조사했는데, 10대 주력업종 중 절반이 중국에 추월당했고, 5년 뒤엔 모든 업종이 추월당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조사에 응한 기업들은 대외 리스크 최소화, 인력 양성, 세제·규제 완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요청했다. 대기업 국내 투자 약속으로 회복의 불씨를 지피게 됐지만 정부의 맞춤형 정책 지원 없이는 제조업 근간(根幹)이 흔들리게 된다. 비슷한 경고가 벌써 수차례 반복됐지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작금의 위기가 닥쳤음을 명심해야 한다. 더 이상 경고는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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