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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산책] 탈장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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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균 대구 강남종합병원 외과 원장.
박성균 대구 강남종합병원 외과 원장.

탈장이란 복강 내 장기나 조직이 원래 있어야 할 해부학적 위치에서 벗어나, 복벽이나 근육층의 약해진 틈새를 통해 비정상적으로 돌출되는 상태를 말한다. 가장 흔한 형태는 서혜부 탈장이다. 탈장은 복벽 발달 이상 등의 선천적 요인 또는 복압 상승, 근육 약화 등 후천적 요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탈장은 특정 연령층에 국한된 질환이라고 생각을 많이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일반적으로 서혜부 탈장은 고령자에서 흔히 발견되지만, 이는 전적으로 사실이 아니다. 소아 서혜부 탈장은 태아 발달 과정 중 복막이 복벽을 따라 음낭 쪽으로 확장되어 내려가는 관 형태의 돌기인 '복막초과정'이 폐쇄되지 않은 선천적 요인으로 발생한다. 특히 조산아에서 발생 빈도가 높다. 성인에서는 복벽 약화와 만성적 복압 상승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탈장은 연령 전반에 걸쳐 발생 가능한 질환으로 이해해야 한다.

간혹 탈장은 자연적으로 회복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줄로 안다. 하지만, 탈장은 구조적 결손(복벽의 결손 또는 약화)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이므로, 약물치료나 물리적 요법으로는 근본적 치료가 불가능하다. 장기간 방치할 경우 탈장구멍이 점차 확장돼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며, 장기 탈출이 빈번해진다. 실제로 무증상 탈장의 경우에도 장기적으로 70~80%에서 증상이 진행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도 하다.

탈장이 항상 통증을 동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무증상이라고 해서 안전한 것도 아니다. 탈장된 장기(특히 소장)가 탈장구멍에 끼이거나 갇혀서(incarceration) 혈류가 차단되면, 빠른 시간 내에 괴사로 진행할 수 있다. 이는 외과적 응급상황으로, 수술 지연 시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한다. 따라서 통증 유무에 상관없이 탈장이 확인되면 전문의의 면밀한 추적 관찰과 치료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대부분 탈장에 대하여 재발률을 많이 걱정한다. 현대의 수술법은 낮은 재발률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단순 봉합술로는 재발률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인공망을 이용한 긴장 없는 무봉합술이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았다. 특히 복강경을 이용한 TAPP(Transabdominal Preperitoneal) 또는 TEP(Total Extraperitoneal) 수술법은 양측성 탈장이나 재발성 탈장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보고된 재발률은 1% 미만이며, 수술 후 회복 기간도 짧아 환자의 조기 일상 복귀에 유리하다.

마지막으로 흔히 "무거운 물건을 들다가 탈장이 생겼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촉발 요인일 뿐이고, 실제 발생에는 복압 상승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무거운 물건을 들 때 뿐만 아니라 만성 기침(예: COPD 환자), 전립선 비대증으로 인한 배뇨 곤란, 만성 변비 또는 배변 시 과도한 힘주기, 비만 및 복부 수술력 등 이러한 요소들이 복벽의 선천적·후천적 약화와 결합해 탈장 발생 위험을 높인다.

탈장은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핵심이다. 흔히 단순한 불편감으로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교액(incarceration)과 장 괴사라는 치명적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는 외과적 질환이다. 자연 치유는 기대하면 안 되고, 무증상이라도 안전하지 않으며, 수술적 치료가 유일한 근본적 치료임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탈장이 의심되면 전문 외과 진료를 받아 정확히 진단하고, 환자의 연령, 동반 질환, 생활 여건을 고려한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접근이다.

박성균 대구 강남종합병원 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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