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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읽남] 임재범 'Desire To 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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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사랑보다 깊은 상처' '그대는 어디에'…임재범의 히트곡이 가장 많이 수록된 앨범

데뷔 40년에 이르러 은퇴 선언을 한 가수 임재범. 블루씨드엔터테인먼트 제공
데뷔 40년에 이르러 은퇴 선언을 한 가수 임재범. 블루씨드엔터테인먼트 제공

임재범이 지난 4일 은퇴를 선언했다. 1986년 록 밴드 시나위로 데뷔해 헤비메탈 창법을 구사하다 전매특허인 거친 목소리의 발라더로 전향, 수많은 히트곡을 탄생시킨 임재범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40주년 콘서트를 끝으로 무대를 떠나겠다고 언론에 밝혔다.

그를 정립한 앨범이 하나 있다. 임재범의 음악 인생을 얘기할 때 단 한 장의 음반만 고를 수 있다면 바로 이 작품이다. 2집 'Desire To Fly'(1997).

2집
2집 'Desire To Fly'(1997) 앨범 커버
임재범 2집
임재범 2집 'Desire To Fly'(1997) 음반

고교 동창 신대철(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의 장남)이 이끄는 시나위에서 음악 활동을 시작한 임재범은 이후 외인부대와 아시아나 등 록 밴드들을 거치다 돌연 '이 밤이 지나면' 등 감미로운 팝 발라드 곡들로 채운 1집 'On The Turning Away'(1991)를 발표했다. 시나위, 부활과 함께 한국 록의 산맥을 구성하던 밴드 백두산 출신 유현상이 공교롭게도 같은 해에 긴 머리를 깎고 트로트 곡 '여자야'를 발표한 것에 버금가는 파격적 변신이었다.

이후 생각과 고민이 많아졌던 것일까? 임재범은 1집을 내고 무려 6년 뒤 2집을 발표했는데, 지금 대중들이 임재범 그 자체라고 떠올리는 '비상' '사랑보다 깊은 상처' '그대는 어디에' 등의 곡이 수록돼 있다. 팬들 사이에서는 히트곡이 가장 많이 수록된 앨범으로도 불린다. 1집과 비교해 거칠어진 질감은 원래 투신했던 록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임재범만이 누빌 수 있는 호소력 넘치는 발라드의 세계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된 셈이다.

물론 1집의 말랑말랑한 분위기가 없지는 않은데, 그걸 의식했는지 임재범은 바로 1년 뒤 발표한 3집 'Return To The Rock'(1998)에서 제목 그대로 딱딱한 록(하드록)을 바탕에 깔았다. 록과 가스펠의 작법이 조화로운 '고해'가 대표곡이다.

1998년 MBC TV
1998년 MBC TV '일요예술무대'에서 '사랑보다 깊은 상처'를 함께 부른 임재범(왼쪽)과 박정현. MBC '옛송TV' 유튜브

1집에서 3집으로 이어진 이같은 영점 조정 과정에서 2집이 중요한 연결고리가 된듯 보인다. 그 과정에서 이뤄진 싱어송라이터 박정현과의 협업도 눈길을 끈다. 임재범의 2집에서 가장 유명한 곡인 사랑보다 깊은 상처는 원래 임재범 혼자 불렀는데 박정현의 1집 'Piece'(1998)에 임재범·박정현 듀엣 버전이 수록, 대한민국 대중가요 남녀 듀엣곡의 대명사가 됐다. 이 곡은 당시 한 이동통신사 CF의 배경음악으로 삽입돼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이러한 인연의 연장선상에서 박정현은 임재범의 3집 상당수 곡 작사에 참여했고, 타이틀곡 고해의 코러스도 맡았다.

데뷔 40년에 이르러 은퇴 선언을 한 가수 임재범. 블루씨드엔터테인먼트 제공
데뷔 40년에 이르러 은퇴 선언을 한 가수 임재범. 블루씨드엔터테인먼트 제공

임재범은 이후 7집까지 정말 다양한 장르의 곡을 소화했다. 그럼에도 대중들은 일단 2집의 여러 곡들을 비롯해 3집의 고해나 4집의 '너를 위해' 같은, 무대 위에서 연인 내지는 신에게 호소하듯 열창하는 그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좀 어색한 옷을 입은듯 했던 1집 이후 6년 간 정성을 들여 영점을 잘 맞춘 결과물인 셈인 2집이 그만큼 잘 만든 앨범이라는 얘기다. 2011년 MBC 가수 서바이벌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 남진의 트로트 곡 '빈잔'을 그의 음악적 뿌리인 하드록과 프로그레시브록의 문법으로 편곡해 불러 큰 화제가 된 것 역시 그의 그런 역량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데뷔 40년에 이르러 은퇴 선언을 한 가수 임재범. 블루씨드엔터테인먼트 제공
데뷔 40년에 이르러 은퇴 선언을 한 가수 임재범. 블루씨드엔터테인먼트 제공

아무튼 임재범은 조만간 떠난다. 대중음악계엔 '누구의 후계자' 같은 수식으로 계보를 따지는 비평 내지는 담론이 곧잘 만들어지는데, 임재범은 그의 앞에 누가 있었는지 또한 그의 뒤에는 누가 있을지 도무지 찾기 어려운 독특한 뮤지션이다. 그래서 지금껏 그랬듯 수많은 뮤지션들이 그를 알고 싶어 남겨진 노래를 탐구하며 재해석하고, 또 수많은 남성들이 노래방에서 이제 더는 접할 수 없는 그를 흉내내며 추억하고 회고할듯 싶다.

이같은 추억과 회고에서 가장 많이 인용될 앨범이 바로 2집이지 않을까. 첫번째 트랙 비상의 '이젠 세상에 나갈 수 있어, 당당히 내 꿈들을 보여줄 거야, 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 보이며' 같은 괜히 울컥하게 만드는 노랫말은 '우리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고 외치는 김민기의 '상록수' 급으로 더욱 올라설듯 하다.

데뷔 40년에 이르러 은퇴 선언을 한 가수 임재범. 블루씨드엔터테인먼트 제공
데뷔 40년에 이르러 은퇴 선언을 한 가수 임재범. 블루씨드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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