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심 위를 가르는 하늘열차와, 남미의 오지로 이어진 흙길. 얼핏 보면 전혀 다른 두 길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사람을 향한다는 것. 대구도시철도 3호선(모노레일) 건설의 주역이자 은퇴 후 세계를 걷는 자유여행가로 변신은 안용모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가 걸어온 두 개의 길이다.
철길 위해서 시민의 일상을 설계하던 그는 이제 배낭 하나에 의지해 낯선 도시를 걷고 사람을 만난다. "도시는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하고, 여행은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떠나는 겁니다."고 안 교수는 말한다.
-공직에서 만들던 철길과 여행자가 걷는 길은 어떻게 다른가.
▶공직에서 만들던 길은 '누군가를 위해 대신 설계해 주는 길'이었다. 수많은 시민이 안전하게 오가도록 미리 계산하고, 위험을 최소화해야 하는 책임의 길이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았다. 반면 여행자가 걷는 길은 '스스로 선택하고 감당하는 길'이다. 정해진 노선도, 보장된 결과도 없다. 대신 매 순간 사람을 만나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 속에서 나 자신을 시험하게 된다.
-여행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있나
▶고등학생 시절 김찬삼 교수의 세계여행 책을 읽으며 가슴이 뛰었다. 어린 시절 도서관에서 본 노랑머리 서양인의 모습과 문학이 강한 인상을 남겼고, 자연스레 세계를 상상하게 됐다. 대학 시절이던 197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이었지만 펜팔로 사귄 영국인의 도움을 받아 한 달간 영국을 다녀왔다. 당시 남산 중앙정보부에서 2박 3일간 안보교육을 받은 뒤 출국했다. 직항편도 없어 홍콩과 인도 뭄바이, 중동 바레인을 거쳐 런던에 도착했다. 김포를 떠나 도착하기까지 36시간쯤 걸렸다.
- 공직 생활 중에도 여행을 계속해 왔겠다
▶연가를 다 쓰는 공무원으로 유명했다.(웃음) 하지만 그때는 오롯이 여행만 즐긴 건 아니었다. 여행중에도 직업병은 따라다녔다. 해외를 다니면서 선진 도시철도를 보고 배우며, 시민들의 길을 닦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다보니 마음 한켠에는 늘 '언젠가는 나만의 길을 가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다.
-아직도 직업병을 앓고 계신 것 아닌지. 150권 넘는 여행수첩을 보니, 여전히 여행을 일처럼 하시는 것 같더라
▶하하. 그렇게 보이는가. 여행수첩에는 여행의 A부터 Z까지 다 담겨 있다. 패키지가 아닌 자유여행이다 보니 준비할 것이 많다. 일정, 준비물, 대사관 위치, 환율, 예약한 숙소, 지도까지 빠지는 게 없다. 여행 중에도 펜은 쉬지 않는다. 시간대별 기록이 빼곡하다. 입장권이나 기차표도 모두 붙여둔다. 요즘은 휴대폰이 있는데 굳이 수첩이 필요하냐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또 다른 맛이 있다. 휴대폰은 와이파이가 안 될 때도 있고, 배터리가 없을 때도 있지 않는가. 수첩 하나에 모든 걸 담아두면 마음이 편하다.
-이렇게 빼곡한 여행을 늘 혼자 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혼자가 아니면 절반의 여행밖에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함께 하는 여행은 누군가를 배려해야 하지 않나. 예를 들어 나는 현지 음식을 먹고, 하루에 10시간씩 걷기도 한다. 호텔을 예약해 놓고도 우연히 사귄 버스기사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이런 여행을 다른 사람과 함께하면 결국 서로를 맞추느라 절반의 여행이 된다. 스테이크를 먹고 싶고, 택시를 타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더욱 그렇다.
-사진마다 하회탈 목걸이가 눈에 띈다.
▶눈썰미가 좋다. 내 여행 사진에는 늘 이 하회탈이 있다. 혼자 여행하면 위험하지 않냐고들 묻지만, 나에겐 이 '천만 불짜리 미소'가 함께한다. 한 번은 배낭을 칼로 찢으려는 소매치기를 만난 적이 있다. 그때 주머니에 있던 지폐 몇 장을 꺼내며 "머니?"라고 외쳤다. 그리고 하회탈을 벗어주며 이게 행복과 행운, 건강을 가져다줄 거라고 말했다. 그때부터 웃고 있는 하회탈은 나의 여행 동반자가 됐다. 3,500원짜리 하회탈로 배낭 속 전 재산을 지켜온 셈이다.(웃음)
-여행지에서 엽서를 꼭 보낸다고
▶여행지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엽서를 산다. 그 나라의 명소와 '핫플' 사진 구도를 엽서에서 얻는다. 인생샷을 많이 남길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웃음) 그리고 그곳에서 보고 느낀 감정을 엽서에 적어 나 자신에게 보낸다. 여행지의 우체국을 찾아다니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각 나라의 개성 있는 우체국과 우체통, 색다른 우표와 소인이 찍힌 엽서를 귀국 후 받아보는 순간은 또 한 번의 여행이 된다. 중남미와 쿠바 등을 1~2개월간 여행할 때는 우표값만 100만 원이 넘기도 했다. 오지나 일부 국가에서는 엽서가 아예 도착하지 않거나, 늦으면 6개월이 지나서야 도착하는 경우도 있다.
-많은 은퇴세대가 자유여행을 꿈꾸지만 여러 문제로 망설인다. 조언을 해준다면
▶"돈이 많아야 한다", "영어를 잘해야 한다", "몸이 더 건강해야 한다"는 핑계로 꿈을 미루지 말았으면 한다. 나 역시 처음부터 완벽하진 않았다. 하지만 일단 배낭을 메고 떠나면 그다음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되더라. '나중에'는 없다. 지금 바로 여러분의 가슴을 뛰게 하는 여행을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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