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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현기자의 임터뷰] 마음의 나침반은 가족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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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개 나라의 600여개 도시를 다닌 여행자도 가족 앞에서는 언제나 발걸음을 늦춘다. 아흔을 넘긴 어머니 곁에 남기 위해 해외 제안을 마다했고, 손자와의 여행 앞에서는 혼자만의 자유를 기꺼이 내려놓았다. 그에게 가족은 여행의 이유이자 다시 출발하게 만드는 방향이다.

안용모 교수에게 어머니는 세상을 떠돌 때 길을 잃지 않게 지켜주는
안용모 교수에게 어머니는 세상을 떠돌 때 길을 잃지 않게 지켜주는 '마음의 북극성'이다. 왼쪽부터 안용모 교수와 그의 모친 박영옥 씨.

◆구순 노모 향한 마음의 나침반

공직에서 명예퇴직한 뒤 그는 해외에서 여러 제안을 받았다. 대만 타이난시로부터 모노레일 건설 자문 참여 요청도 있었다. 기술자로서 명예로운 자리였지만, 그는 이를 고사했다. 당시 아흔을 넘긴 노모가 고향에 계셨기 때문이다. "기술은 대체할 수 있지만, 아들로서의 시간은 대체할 수 없었다." 해외에 머무는 것보다 어머니와 함께 밥을 먹고 손을 잡아드리는 일이 더 중요한 '인생의 프로젝트'였다고 그는 말한다.

고향 집에 들어서는 순간 그는 노련한 여행가가 아닌 그저 어머니의 작은아들이 된다. 여행지에서 맛본 산해진미보다 어머니의 밥상이 더 귀하고, 이름난 관광지보다 어머니에게서 듣는 옛 추억과 동네 이야기가 더 흥미롭다. "내가 아무리 먼 곳을 다녀와도 길을 잃지 않는 이유는, 마음속 나침반이 늘 어머니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손자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주는 일은 그가 할아버지로서 남기고 싶은 가장 큰 유산이다. 왼쪽부터 자유여행가 안용모 교수와 그의 손자 안은기 군.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손자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주는 일은 그가 할아버지로서 남기고 싶은 가장 큰 유산이다. 왼쪽부터 자유여행가 안용모 교수와 그의 손자 안은기 군.

◆ 궤도 벗어나 손자의 보폭으로

어머니가 그의 삶을 지탱하는 나침반이었다면, 이제 그는 손자의 나침반이 되어 길을 나선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손자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주는 일은 그가 할아버지로서 남기고 싶은 가장 큰 유산이다.

이를 위해 안 교수는 평생 즐겨온 혼자여행의 자유를 기꺼이 내려놓았다. 혼자라면 훌쩍 앞서갔을 길을 아이의 호기심 섞인 질문에 멈춰 서고, 이미 아는 풍경을 아이의 눈높이에서 몇 번이고 다시 그려낸다. 손자가 일곱 살이었을 때 시작한 단둘의 여행은 어느덧 6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는 이를 "자유를 포기한 여행"이라 부르면서도, 동시에 "가장 값진 포기"라고 확신한다.

그 확신은 종종 아이의 말로 돌아온다고. 제주도의 폭설이 내린 한라산에 오르며 손자는 "할아버지, 제 평생에 이렇게 많은 눈이 온 건 처음이에요"라며 방방 뛰었다. "할아버지가 연세 더 드시면 제가 할아버지를 모시고 여행할 거예요. 여행 경비도 제가 다 낼 거예요"라며 그를 웃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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