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 글로벌 경쟁 심화라는 삼중고 속에서도 지방대학은 끊임없이 활로를 모색하며 나아가고 있다. 매일신문은 2026년 새해를 맞이해 지역 대학을 이끌어가고 있는 총장들을 만나 신년 포부와 당찬 계획을 들어본다.
신일희 계명대학교 총장은 2026년을 앞둔 계명대의 핵심 키워드로 '지속 가능성'을 제시하며, 교육·연구·행정 전반의 체질 개선과 지역 정주형 인재 양성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 전반에 대한 AI 내재화… '지속 가능성'의 열쇠
신일희 총장은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 환경 변화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라며 "대학은 단기 성과에 매달리기보다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교육·연구·재정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를 위해 계명대는 2025년부터 전교생과 전 교직원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플랫폼을 무료 제공하고, 교육·행정·연구 전반에 AI를 내재화하는 'AI 캠퍼스 전환'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신 총장은 "AI는 특정 전공의 기술이 아니라 모든 학문과 교육을 뒷받침하는 공통 기반"이라며 "대학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인프라"라고 설명했다.
AI 시대 속 고등교육이 나아갈 길에 대해선 "처음 기계 문명이 시작됐을 때도 '인간성의 상실'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인간은 그런 위험이 있더라도 그 함정을 헤쳐나가며 인간의 고유한 인간성을 지켜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대학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중요한 축으로는 '지역 정주형 인재 양성'을 꼽았다.
그는 "대학이 길러낸 인재가 지역에 머물며 성장하고, 그 성장이 다시 지역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계명대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5년에 대해선 "위기 속에서도 대학의 방향성을 입증한 해"로 평가했다.
신 총장은 "대학혁신지원사업 성과평가에서 교육혁신 성과 S등급, 자체 성과 A등급을 받으며 교육 혁신 역량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며 "또 계명대에는 60여 개국 출신 외국인 유학생 4천여 명이 재학 중으로, 이는 수도권을 제외하면 전국 최대 규모"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교육부 교육국제화역량인증제 우수인증대학에 2년 연속 선정되며 비자 발급 절차 간소화 등 실질적 혜택도 확보했다"고 부연했다.
◆선택과 집중… 보건·AI·국제화 3대 축 중심
신 총장은 계명대가 끝까지 가져갈 핵심 분야로는 ▷보건·의료·생명 분야 ▷AI·디지털 기반 융합 교육 ▷국제화 기반 글로벌 교육을 제시했다.
그는 "동산의료원을 중심으로 한 보건계열은 계명대의 출발점이자 정체성"이라며 "지역 의료의 공공성과 신뢰를 책임지는 핵심 인프라"라고 말했다.
여기에 "AI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기존 전공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국제화 전주기 지원 체계를 통해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글로벌 대학'을 구현할 것"이라는 구상을 밝혔다.
산학협력 역시 계명대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축이다. 신 총장은 "그동안 대학과 기업이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여 온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인재를 대학이 함께 설계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RISE 사업을 계기로 계명대는 공동 연구와 실증 중심 프로젝트, 현장 기반 교육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단순 취업 연계를 넘어, 재학생 단계부터 지역 기업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성과를 축적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신 총장은 "이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이 지역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다시 대학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는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RISE 첫 해, 성과와 과제 공존
RISE 사업 첫 해를 맞은 지난해에 대해 신 총장은 "성과와 과제를 동시에 확인한 전환기의 해"라고 평가하며 "지역 주도형 체계에 맞춰 대학 내부 의사결정 구조와 행정 시스템을 조정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고, 가시적 성과보다는 기반 구축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성서캠퍼스와 달성캠퍼스가 각각 성서산단, 대구국가산단과 인접한 입지적 강점을 살려 현장 밀착형 교육과 기업 연계 프로젝트, 장기 현장실습과 취·창업 연계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역 인재 양성과 산업 연계 성과는 시간이 축적돼야 나타난다"며 "단년도 정량 지표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대학의 구조 개편 노력과 지속 가능성을 함께 평가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소멸 문제에 대해 신 총장은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니라 일자리·주거·문화·교육이 동시에 빠져나가는 복합 위기"라고 진단했다.
계명대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인재 정주 플랫폼'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신 총장은 "대구형 RISE 사업을 통해 유학생 전주기 원스톱 지원, 지역 정주형 취·창업 모델, 정주 생태계 조성을 핵심 전략으로 추진 중"이라며 "동성로 르네상스 도심캠퍼스와 기업집적지 현장캠퍼스는 대학이 교육 공간을 넘어 도시 재생과 상권 활성화의 앵커 기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제시했다.
◆수도권-비수도권 격차… "자율성과 중장기 지원 필요"
수도권 집중과 글로벌 경쟁 속에서 계명대가 반드시 지켜야 할 정체성에 대해 신 총장은 '지역에 뿌리를 둔 글로벌 대학'을 제시했다.
그는 "수도권 대학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계명대만의 역사와 강점, 축적된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길을 가야 한다"며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하면서도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계명대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 간 연구·교육 격차에 대해 신 총장은 "현장에서 체감하는 차이는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신 총장은 "사립대학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단기 성과 중심의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대학의 자율성과 특성화를 존중하는 중장기 정책 환경이 필요하다"며 "규제 중심의 법령 체계 역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앞으로의 대학 경쟁력은 규모나 외형이 아니라,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 구조를 갖췄는지에 달려 있다"며 "우리가 추구하는 지속 가능성은 재정 안정뿐 아니라 교육의 질, 지역과의 관계, 글로벌 경쟁력까지 포괄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에 기반을 둔 대학이 위기일수록 더욱 선명한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며 "계명대는 지역과 함께 숨 쉬고, 세계와 연결되는 대학으로서 2026년 이후의 새로운 10년을 준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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