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이 250조원을 넘어섰다.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넘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도 이른바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투자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테슬라 1위, 고환율에도 AI·플랫폼에 쏠린 자금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1천705억 달러로 집계됐다. 원화로 환산하면 251조원을 웃돈다. 지난해 말 1천636억 달러에서 불과 2주 만에 69억 달러가 늘었다. 미국 주식 보관액은 2022년 말 442억 달러에서 2023년 680억 달러로 증가했고, 2024년에는 1천121억 달러까지 급증했다. 3년 새 약 4배 가까이 불어난 셈이다.
투자 자금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미국 기술주와 주요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집중되고 있다. 보관액 상위 종목을 보면 1위는 테슬라로 보관액이 276억 달러에 달한다. 전기차를 넘어 자율주행, 로봇, 에너지 저장장치 등 미래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반영됐다. 2위는 엔비디아(179억 달러)다. AI 반도체 수요 확대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며 개인 투자자의 매수가 집중됐다. 3위는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72억 달러)이다. 검색·광고라는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에 더해 AI 서비스 경쟁력까지 갖췄다는 평가가 작용했다. 이어 팔란티어(65억 달러), 애플(43억 달러)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마이크로소프트도 10위권 내에 포함됐다. AI·반도체·플랫폼이라는 키워드가 서학개미 포트폴리오의 중심축임을 보여준다.
개별 종목뿐 아니라 ETF 투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Invesco QQQ Trust, S&P500 지수를 따르는 Vanguard S&P500 ETF가 보관액 상위권에 올랐다. 특히 나스닥100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ProShares UltraPro QQQ까지 포함되며, 개인 투자자가 국내 규제 범위를 벗어나 고위험·고배율 상품에 직접 접근하는 흐름도 나타났다.
특히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70원선을 오르내리는 고환율 국면에서도 개인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는 이어졌다. 외환당국이 "원화 약세가 과도하다"며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환율 안정 메시지가 달러 자산 선호를 꺾지는 못했다. 오히려 일부 투자자들은 환율 하락을 미국 주식 '저가 매수 기회'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이는 서학개미의 투자 행태가 단기 환율 수준보다 환율 방향성과 구조적 인식에 더 크게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iM증권 관계자는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될수록 미국 주식은 주가 수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자산으로 인식된다"라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할 경우에도 달러 가치가 방어막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 투자 심리에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투자 용이, 성장성이 매력
전문가들은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쏠림을 단순한 유행이나 환율 베팅으로만 보지 않고 있다. 국내 증시를 구성하는 산업과 미국 증시의 차이가 주는 영향이 크다. AI, 반도체, 자율주행, 플랫폼 산업 등 미국 증시를 이끄는 핵심 산업은 향후 성장 경로가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돼 있다. 단기 실적 변동성보다 장기적인 투자처로 미국 증시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미국 S&P500의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11%였다. 같은 기간 5% 수익률을 기록한 코스피 보다 두배 이상 높았다. 2024년 말을 기준으로 하면 미국 수익률은 연평균 9.3%, 한국은 0.3%로 격차는 30배를 넘는다.
또 다른 부분은 선택지의 차이다. 국내 증시는 일부 대형주 쏠림이 구조적으로 강한 반면, 미국 시장은 성장주·배당주·방어주를 투자 성향에 맞게 고를 수 있다. 이윤수 서강대 교수는 "한국인은 새로운 기술에 빠르게 적응하는 편이고,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대한 친숙함도 크다"며 "삼성전자 쏠림이 심한 한국 증시와 달리 선택 가능한 종목이 많은 점이 미국 시장의 매력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해외 주식 투자 자금을 국내로 되돌리기 위해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도입, 레버리지 ETF 규제 완화 검토 등 유인책을 내놨다. 재정경제부는 2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투자 세제지원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등 개정'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RIA는 해외 주식을 매도해 환전한 자금을 국내에 묶어두는 조건으로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주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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