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시중은행이 부동산 담보대출의 핵심 조건인 담보인정비율(LTV)을 서로 공유하며 경쟁을 제한한 사실이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21일 "하나은행·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이 LTV 정보를 상호 교환하고 이를 토대로 담보대출 조건을 유사한 수준으로 맞춘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과징금 총 2천720억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기간은 2022년 3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약 2년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은행은 가계·기업 부동산 담보대출 전반에 적용되는 지역별·부동산 유형별 LTV 자료를 수시로 주고받았다. 각 은행 실무자들은 최소 736건에서 최대 7천500건에 이르는 LTV 정보를 직접 만나 문서 형태로 전달받은 뒤 엑셀에 입력하고 원본은 파기했다. 인사 이동 때는 정보교환 방식과 담당자를 인수인계하며 관행처럼 행위를 이어갔다.
은행들은 경쟁 은행보다 LTV가 높으면 대출 회수 리스크가 커진다는 이유로 비율을 낮췄고, 반대로 낮으면 고객 이탈을 우려해 다시 끌어올렸다. 그 결과 4개 은행의 LTV는 장기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됐다. 공정위는 이를 두고 경쟁을 통해 차별화돼야 할 거래 조건을 사실상 봉쇄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실제 2023년 기준 4개 은행의 평균 LTV는 담합에 참여하지 않은 은행보다 7.5%포인트(p) 낮았다. 공장·토지 등 기업대출 비중이 큰 비주택 부동산의 경우 격차는 8.8%p로 더 벌어졌다. 문제의 4개 은행은 당시 가계대출 시장의 61.3%, 기업대출 시장의 51.3%를 차지하고 있었다.
LTV가 낮아지면 차주가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는 줄어든다.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려면 추가 담보를 내거나 금리가 더 높은 신용대출로 이동해야 한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처럼 담보와 신용 여력이 부족한 차주들의 부담이 커졌다고 봤다. 거래은행 선택권이 제한되면서 경쟁의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가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공정위는 담합으로 인해 4개 은행이 거둔 부동산 담보대출 이자수익을 관련 매출액으로 산정했다. 합계는 6조8천억원에 달했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 2조1천억원, 국민은행 1조7천억원, 신한은행 1조5천억원, 우리은행 1조2천억원 수준이다.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4%를 적용해 각각 869억원, 697억원, 638억원, 515억원으로 정했다. 가중이나 감경 사유는 없었다.
이번 사건은 2021년 12월 시행된 개정 공정거래법이 신설한 '경쟁제한적 정보교환 담합' 규정을 적용한 첫 제재 사례다. 공정위는 법 시행 이후의 행위만을 처분 대상으로 삼았다. 2024년 말 전원회의에서 재심사 명령이 내려진 뒤 추가 조사를 거쳐 2년여 만에 결론을 냈다.
문재호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주요 은행들이 민감한 거래 조건 정보를 교환해 경쟁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리스크를 차주에게 전가했다"며 "정보교환 방식의 담합도 명백한 제재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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