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연세대에서 발생한 사건은 꽤나 충격적이다. 대학의 한 강의 공지에 '비대면 중간고사 시험에서 AI를 활용한 부정행위 정황이 확인됐다'고 떴다. 해당 강의 담당 교수가 자수를 권유했더니, 수강생 600명 가운데 40여 명이 부정행위를 인정했다는 내용이다.
이후 유사한 사태가 서울대나 고려대 등 다른 주요 대학에서도 잇따라 터졌다. 성적 취소와 재시험 등으로 대학가는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해당 대학들은 부랴부랴 이와 관련해 윤리강령이나 지침을 마련했지만, 실효성 논란과 함께 재발의 가능성은 여전하다. AI를 활용했거나 표절했는지를 검증하는 프로그램의 정확성이 높지 않은 데다 AI 판별 프로그램을 피할 수 있는 서비스까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최신 기술 습득에 밝은 젊은층을 대상으로 AI 활용을 무조건 막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학에서의 이런 혼란은 기술 발전의 속도가 윤리와 제도를 훨씬 앞서갈 때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사회 전반에 'AI발(發)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AI 활용이 대중화되면서 곳곳에서 예기치 않은 상황이 벌어진다. 문화예술 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문화예술 현장에서는 기대감 못지 않게 위기감 및 불안감이 팽배하다.
지난해 말 언론사마다 신춘문예 응모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문학계는 이를 단순히 '텍스트 힙' 열풍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주 요인 중 하나로 AI 활용이 주목된다. 생성형 AI에 특정 단어만 입력하면 30초 만에 글 한 편이 뚝딱 완성되는 시대다. 한 문인은 "앞으로 문학 공모전도 백일장처럼 심사위원 앞에서 직접 써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며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다른 문화계 인사는 "AI로 인해 문학은 초토화됐다"는 과격한 표현까지 썼다.
음악이나 미술 분야에서도 특정 업무에 AI가 대체되면서 기존 일자리가 점차 줄어들거나 AI 활용에 따른 창작 여부나 저작권 논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외국에서 실력을 쌓은 한 타악기 연주자가 "연주가 더 이상 의미 없다"며 악기를 팔기도 했다고 전해졌다.
문제는 AI 활용 기준이나 보호 장치 마련 등은 너무 더디다는 점이다. 특히 '저작권'이라는 보편적인 룰이 형성된 문화예술계는 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AI에 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지난 12월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AI 액션플랜)을 발표했다가 국내 창작자단체 연합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다. AI 기업의 무단 학습을 사실상 묵인하는 '선(先)사용 후(後)보상' 방식을 권고해서였다. 이후 위원회는 저작권자와 거래 시장이 명확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미국에서도 2년 전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유명 배우의 음성을 AI를 활용해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제작 스태프를 대거 AI로 교체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배우 및 제작자들이 장기간 반대 집회에 나섰고 결국 '인공지능 복제 방지법'이 만들어졌다.
AI의 진화는 놀랍다. '쳇GPT'로 촉발된 AI의 발전은 3년여만에 인간의 고유한 영역인 '창작'에까지 손을 뻗고 있다. 문화예술을 지탱하는 창작자의 보호 및 보상, AI 활용 범위 등 포괄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난제라고 계속 미루다간 혼란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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