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JTBC 뉴스 인터뷰 코너에 가수 최백호 씨가 나왔다. 팔순 가까운 나이에도 목소리는 여전히 낭만적(浪漫的)이었다. 앵커가 '난 이때가 가장 좋았어' 하는 순간이 있냐고 최 씨에게 물었다. 그는 '지금'이라고 답했다. "70대가 되면 일단 죽음이 현실로 다가와요. 주변에 친구들도 많이 떠나고 가까운 분들도 떠나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 되고.… '아 이제 나도 죽는구나' 하는 걸 실감하죠.… 이제 안정이 됐다 할까요? 그래서 이 70대가 너무 좋고 그래서 80대에 대한 기대가 또 있어요. 80대가 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편안해지고."
'여든에는 여든의 호흡으로 노래하면 된다'는 그는 청춘보다 지금이 더 좋다고 한다. '죽음'을 직시하고, 받아들이고 있기에 가능한 통찰(洞察)이리라. 대중 인지도가 높은 노가객(老歌客)의 말은 그래서 울림이 크다. 최 씨의 인터뷰 내용은 중장년층 팬들에게 늙음과 죽음을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됐을 것이다.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고 회피한다. 개인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다. 숫자 '4'를 죽음(死)의 기표(記標)로 여긴다. '4층'을 'F층'으로 위장하고, '사거리'보다 '네거리'를 선호한다. 심지어 망자(亡者)를 애도하는 장례식장에도 4호실이 드물다. 사람들은 장례식장과 화장장이 들어서는 것을 결사반대, 즉 죽기를 각오하고 반대한다. 죽음과 임종을 '아름다운 마무리'나 '웰다잉'으로 에둘러 말한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인 '노화'(老化)를 병적일 만큼 싫어한다. 이마 주름을 펴고, 처진 곳을 당기고, 꺼진 곳을 채워 늚음을 감추려 한다. 성형외과·피부과의 수술·시술, 건강식품, 운동 상품 등엔 '안티에이징'이 넘쳐난다.
죽음은 도둑처럼 불쑥 찾아온다. 누구에게도 예외는 없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는 고대 로마시대 개선식 때 승리한 장군의 오만(傲慢)을 경계하던 관습에서 유래했다. 죽음을 직시해야 삶의 가치를 알고, 오늘에 충실할 수 있다. 죽음학의 창시자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는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양면이며, 죽음은 최후의 성장 단계이다"라고 했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죽음을 이해하는 힘, '죽음 문해력(文解力)'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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