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역에서 방치되는 빈집이 점차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도심 속 흉물을 관리할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자체에서 현재 실태조사 이외에도 국·시비를 들여 빈집을 철거하고 해당 터에 주차장 등 공공용지 활용에 나서고 있지만 가파르게 늘어나는 빈집에 대응하기엔 아직 역부족인 상황이다.
◆대낮에도 을씨년…각종 폐기물 눈쌀
21일 찾은 대구 동구 화랑로17길. 붉은 페인트로 철거 문구가 주택과 상가 곳곳에 표시된 이곳 건물 유리창은 성한 곳 없이 대부분 깨져 있었다. 양파와 가리비 껍데기, 쿠팡 박스, 스티로폼 박스, 대리석 조각 등 각종 폐기물이 바닥과 주택 마당에 가득했고, 그 위로 날벌레가 들끓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빌라 주차장은 폐기물 쓰레기장으로 변한 모습이었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내려오는 모든 구간이 텅 비어버린 이곳은 대낮임에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 오가는 인적이 드물었다. 주민 구 모(71) 씨는 "몇 년 전부터 재개발한다는 얘기가 나왔었고, 살던 사람들이 다 이사를 나가며 쓰레기와 벌레 천지가 됐다"며 "워낙 으슥해서 밤에는 절대 이쪽으로 못 다니고 큰 길가로만 다닌다"고 말했다.
동구청은 지난 2022년 7월 1일 이곳 인근 7만9천575㎡ 면적에 464세대 아파트를 짓는 방향으로 시행사에 주택 건설사업 사업계획 승인을 내줬다. 하지만 건설 경기 불황 등 문제로 그간 길목 전체가 텅 빈 채로 방치돼 오면서 우범지대로 전락했다.
운영 중인 상가가 남아 있는 화랑로19길 인근에는 폐기물관리법 제68조 제3항에 따라 쓰레기를 버릴 시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대형 현수막이 주택 입구 앞에 걸려 있었다. 폐쇄회로(CC)TV로 단속한다는 문구가 병기돼 있어 눈에 보이는 쓰레기 더미는 상대적으로 적은 모습이었다.
인근에 거주하는 이 모(70) 씨는 "길 건너에 살면서 동구시장에 가는 지름길이라 이쪽으로 종종 오는데, 뭐라도 나올 것 같고 보기에도 너무 더러워 아이들은 여기로 못 다니게 한다"며 "구청이 단속 현수막을 달아 놓은 곳은 깨끗한 만큼 전반적으로 관리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통계에 따르면 대구 지역 빈집 수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국가데이터처에 게재된 대구 빈집 비율은 2021년 4.4%에서 2022년 5.2%, 2023년 6.5%를 거쳐 2024년 7.1%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대구시는 2024년 말 기준 빈집이 총 6천9호로, 그중 동구가 전체의 30.7%인 1천849호로 가장 많다고 밝혔다.
동구에 노후 단독주택이 다수 분포하고 재개발 사업이 정체하고 있어 빈집이 많은 것으로 추정되나, 명확한 원인은 5년마다 시행하는 구·군 실태조사에서도 분석되지 않았다. 동구 내에서도 신암동 390호, 신천동 292호, 효목동 257호 등 순서로 빈집이 많았다. 북구 1천139호(18.9%), 군위군 582호(9.6%), 수성구 546호(9.0%) 등이 동구 뒤를 이었다.
◆국가차원 대응 필요, 규제완화도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제도적 차원에서 빈집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성훈 대구가톨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빈집은 군집으로 생기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며 "국토부나 농림부 등이 토지를 매입해서 공공인프라나 복합시설을 제공할 목적으로 빈집을 비축하고 있으나, 예산 등 한계가 있으므로 규제 완화로 민간개발기관이나 마을단위사업자 등이 빈집을 매입하게 유도해 개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국민신문고 등에도 폐기물 때문에 민원이 종종 들어오던 곳이나, 사유지라 크게 조치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면서도 "지난달 시행사 측에 해당 구역 정비를 요청했고, 시행사에서 다음 달까지 보안등과 펜스 설치, 쓰레기 정비를 약속했다. 앞으로도 예산이 허락하는 한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빈집 정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재 지자체는 증가하는 빈집에 대응하기 위해 구·군별 빈집 현황을 파악하는 행정조사와 실태조사 외에도 정부 예산에 시비, 국비를 매칭해 빈집 철거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철거된 부지는 일정 기간 텃밭이나 주차장, 쉼터 등 공공용지로 활용된다. 대구시는 지난 2022년부터 매년 빈집 약 30곳을 철거해 왔고, 국비 지원이 확대된 올해는 최대 128곳을 철거할 예정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빈집이 전국적 문제로 부상한 만큼 정부에서도 지난해에 비해 4배 가까이 정비 예산을 내려줬다"며 "추후 실태조사에서는 빈집 밀집 이유를 구체적으로 파악해서 구·군별 맞춤형으로 정비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겠으며, 소유주가 집터를 3년간 공공용지로 활용하는 것에 동의한 곳만 철거해 주는 조례를 1년으로 개정하는 등 방법으로 정비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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