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선거무효 소송 등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권자가 투표소를 찾고도 투표용지를 받지 못해 발길을 돌리거나 장시간 대기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선거관리 체계에 대한 신뢰에도 적잖은 상처를 남겼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는 모든 유권자가 차별 없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기본적인 참정권 보장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충격을 안겼다. 전문가들은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사태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투표율 예측도 못한 선관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를 비롯한 전국 14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장시간 대기하거나 투표를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잠실7동 제2투표소는 투표 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되기도 했다.
선관위는 직전 지방선거(2022년)보다 높은 투표율을 예상하지 못해 일부 투표소에서 준비한 투표용지가 소진됐다고 설명했다. 송파구의 경우 선거인 수의 50% 수준으로 투표용지를 준비했으나 실제 투표율이 이를 웃돌면서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투표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결과 현장 혼란도 컸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는 밤늦게까지 항의 집회가 이어졌고, 4일에도 일부 시민들이 투표함 반출에 반발하며 선관위 측과 대치를 이어갔다.
◆ 선거는 끝났지만 논란은 현재진행형
논란이 커지자 선관위는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외부 전문가 중심의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 해당 투표소의 투표록과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투표사무원 등을 상대로 당시 상황을 조사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여야 모두 선거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번 서울 투표는 유권자의 투표권과 참정권이 심각하게 침해된 선거"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선관위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번 문제는 단순한 사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며 "부실한 선거 관리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하며,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중앙선관위 노태악 위원장과 허철훈 사무총장, 서울시선관위 오민석 위원장과 김범진 사무처장 등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서민위는 고발장에서 "선거관리 책임자로서 관리·감독 의무를 현저히 소홀히 했다"며 "헌법이 보장한 선거권을 침해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 "시장 선거 영향 제한적…기초·광역의원 선거는 법적 쟁점 가능"
법조계는 이번 사태가 선거 관리 실패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곧바로 선거 무효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일부 유권자들이 불편을 겪었지만 최종적으로 투표 기회 자체가 박탈됐다고 보기 어렵고,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하기도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선관위의 관리 부실은 분명한 문제지만 법원이 선거 무효를 인정하려면 해당 하자가 선거 결과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며 "이번 사태의 경우 상당수 유권자가 결국 투표를 마쳤고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뒤집을 정도의 영향이 있었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적·정치적 책임은 별도로 물을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사정만으로 선거무효소송이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부 기초의원이나 광역의원 선거는 별도의 법적 쟁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거관리위원장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서울시장 선거는 수천 표 이상의 격차로 승부가 갈렸기 때문에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당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며 "반면 기초·광역의원 선거 가운데 표 차가 매우 적은 지역은 상황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표하지 못한 인원이 당락을 가를 수 있을 정도의 규모이고 실제 득표 차가 그보다 적다면 해당 선거구에서는 선거 무효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선거별 득표 차이와 실제 투표권 침해 규모를 개별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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