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지난해 10월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국빈 자격으로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대한민국 최고 등급의 훈장인 '무궁화 대훈장'을 서훈했다. 아울러 특별 제작한 신라 천마총 금관 모형도 선물했다. 당시는 미국과 치열한 관세(무역) 협상을 진행하던 시기였다. 미국 쪽으로 완전히 기운 '운동장'에서 상대의 환심(歡心)을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가 필요했다. 그래야 '일방적인 수용'이 아니라 '협상'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국가 간 우호(友好)를 표현하는 수준을 넘어 특정 지도자 개인을 지나치게 치켜세우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하지만 논란은 금방 잦아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위한 핵연료 제공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청했기 때문이다. 진영을 막론 그 정도면 '돌을 던져 옥을 얻는다'(投石取玉)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힘의 논리'가 엄격하게 작동하는 국가 간 외교무대에서 '공짜 점심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생전(生前) '호의나 선물을 받으면 심리적 빚이 생길 수 있고, 나중에 보답이나 협조를 요구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공짜 점심은 없다'는 문구를 자주 사용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발적으로 도움을 주는 '봉사'와 '무상원조'도 존재하지만 흔치 않아서 귀한 대접을 받는다. 상대적으로 더 아쉬운 쪽이 융숭한 대접으로 강자의 마음을 열고자 노력하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 대통령은 이탈리아를 국빈 방문한 지난 12일 로마 대통령궁에서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으로부터 외국 정상에 대한 최고 등급 훈장인 '이탈리아공화국 기사대십자 공로훈장'을 받았다. 앞서 이탈리아는 이 대통령이 탑승한 대한민국 공군 1호기가 이탈리아 영공에 진입하자 공군 주력 전투기인 유로파이터 두 대를 출격시켜 공군 1호기 좌우에서 호위 비행을 실시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 대한민국 그리고 대한국민에 대한 예우"라면서 "최고의 민주주의국가, 최대로 효율적인 나라, 세계적인 문화국가를 만든 위대한 대한국민에 대한 존중이라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탈리아는 '서방 선진 7개국'(G7)의 일원이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 창설 회원국이다. 명목 GDP 약 2조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있고 EU 3대 경제대국이다. 이에 세계 국제정치학계에서는 이탈리아를 '초강대국은 아니지만, 세계 최정상 선진국 그룹의 핵심 구성원' 또는 '강대국 클럽의 막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이런 이탈리아가 대한민국에 알뜰한 성의를 보였다. 아직 대한민국이 이탈리아를 압도할 정도의 국력은 아니다. 분야에 따라서 양국이 서로에게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정도라는 설명이 괜찮겠다. 구체적으로 이탈리아는 명품·디자인·문화유산·관광 등의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반도체·자동차·조선·철강·석유화학·방위사업 영역에서 세계시장을 주도한다.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
겸손은 미덕이다. 하지만 지나치면 지지리 궁상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더욱이 지피지기(知彼知己·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해야 백전백승(百戰百勝)이 가능하다. 지나친 자기 비하는 개인은 물론 국가에도 독이 된다. 외국이 먼저 인정한 대한민국의 진짜 실력을 반영한 대외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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