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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이호준] 증시 폭락 국가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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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논설위원
이호준 논설위원

한국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阿鼻叫喚)이다. 고점 대비 40% 가까이 폭락하면서 개미투자자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28, 29일엔 사상 처음으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가 뭔가.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 국가 비상사태에서나 발동되는 최후의 안전장치다. 서킷브레이커가 일상이 됐다는 것은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증시 폭락의 요인 중 하나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지목되면서, 이를 도입한 정부에 대한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이 상품이 폭락의 장본인이라고 할 순 없을지 모르나 도화선(導火線)이 되고 증폭기 역할을 한 건 분명하다. 그런데 정부의 상황 인식은 안이하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내놓은 메시지는 하나같이 책임을 회피하고 국민을 자극하는 말이다. 그는 "모든 것이 레버리지 ETF 때문은 아니다" "우리만 그런 것은 아니다" "시장이나 투자자들이 AI 혁명에 대한 확신이 덜하다"고 했다. 국가 정책 총괄 책임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 맞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다.

더욱 분노가 치미는 건 이런 상황이 예견됐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장은 이미 지난달 "어떻게든 그때 드러누워서라도 도입을 막았어야 했나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상품이 나온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감독 당국의 수장(首長)이 정책 실패를 인정한 것이다. 이 정도라면 그때라도 속도 조절이나 안전장치 보강을 곧바로 시행해야 했다.

'투기판·도박판' 비아냥에다 '삼전닉스 레버리지는 흉기' 등이 적힌 근조 화환까지 등장했다. 여야 할 것 없이 대정부 질타가 쏟아지고 국정조사와 특검까지 거론되고 있다. 국가 손해배상 얘기도 나온다. 손해배상 소송 가능성은 낮지만 지금 국민의 분노와 배신감이 얼마나 극에 달했는지 보여주는 단면(斷面)이다.

국가배상이 현실화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책 실패에 대한 정치·행정적 책임은 규명(糾明)돼야 한다. 감독 당국의 수장 스스로 "반성한다"고 말한 정책이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강행됐는지, 경고음이 있었음에도 왜 제동이 걸리지 않았는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 정책실장은 발뺌만 하고, 금감원장은 반성만 하고, 금융위원장은 검토만 하는 사이 개미투자자들의 계좌만 반 토막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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