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교내 방송국 활동을 같이했던 동기 7명 중 5명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그 시절 대기업 대외활동에서 만난 대구권 대학생 14명 중 지금 대구에서 일하는 사람은 1명뿐이다. 친하게 지내는 고등학교 친구 4명 중 3명도 일자리를 따라 수도권에 정착했다.
애초부터 서울권 대학을 나온 사람들은 물론, 대구권에서 대학을 나온 청년들도 일제히 서울로 향하고 있다. 이들이 큰돈을 벌고 싶다거나 대단한 야심이 있는 것도 아니다. 생각보다 서울 기업들의 임금이 대단히 높지도 않다. 이들이 떠나는 이유는 대구에 '초봉 3천만원' 일자리가 없어서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대기업이 아니라 대구엔 최소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세후 월급 200만~250만원의 일자리가 없다. 대구에선 최저임금의 월 환산액인 215만원 수준의 정규직 자리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직장을 찾아 상경한다고 해서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것은 아니다. 서울에서 월급 250만원을 받더라도 월세와 관리비 등으로 100만원은 숨만 쉬어도 없어진다. 높은 물가 탓에 생활비 부담까지 더하면 손에 쥐는 돈은 많지 않다.
'서울에서 태어난 게 스펙'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마지못해 서울로 올라온 주변 친구들은 "월급 100만원 적게 받더라도 대구에서 엄마 밥 먹으면서 다니고 싶은데, 대구엔 그마저도 없다"고 씁쓸해한다. '서울 출생'과 '대구 출생'은 취업 후 재산 형성 속도도 차이 날 수밖에 없다.
이미 과거부터 각종 지표가 20대의 '탈대구'를 꼬집고 있으나 이를 막을 대책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대구시가 ABB(인공지능·빅데이터·블록체인)산업 등 '5대 미래신산업'을 내세우고 있으나 청년들의 체감도는 낮다. 어느덧 대구 20·30대 직업군은 공무원, 간호사, 대기업 지역본부 직원, 자영업 등을 맴돈다.
사실 '수도권 쏠림화'는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광주도 상황은 비슷했다. 그런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행정통합을 이뤄낸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확실한 인센티브를 약속하며 대규모 공공기관 이전을 시사하고 있다. 벌써부터 호남권 대학생들은 들뜬 반응을 보인다.
그동안 대구는 무얼 했을까. 지금 호남이 받는 지원만큼 지난 정부 때 대구경북이 받았다면 억울하지도 않다. 보수정권이 들어섰을 때, 대구는 가장 높은 지지율로 그 정권을 떠받쳤으나 지역 청년들이 체감할 만한 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공공기관 이전 성과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앞으로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 낙관하기는 어렵다. 여당일 때보다 더 치밀한 전략과 집요한 요구가 필요하겠으나 여전히 대구 정치권에선 그만한 절박함이 보이지 않는다. 굳이 나서지 않더라도 대구에 연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배지를 달아 선수를 쌓고 당내 요직을 두루 거칠 수 있다.
지금 지역을 움직이는 기득권들에겐 여전히 '대구 출신'이라는 게 큰 자부심일 것이다. 그 사이 대구 청년들에게 고향은 출발선의 불리함만 안겨줬다. 요새는 대구에 남아 있는 사람이, 또는 대구에 다시 돌아가려는 사람이 주변인들을 납득시키기 위해 갖은 이유를 찾아야 한다.
이젠 대구의 대학생들은 일자리를 찾으러 호남으로 대거 갈 수도 있다. 헌정사상 최다 의원 공동발의 법안이었다던 '달빛고속철도 특별법'이 통과돼도 여전히 철도 개통이 난망하니 광주대구고속도로를 타고 3시간쯤 가야 한다. 체급이 달라져 광주가 '달빛동맹'을 계속해 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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