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 등 협회 수뇌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경찰이 수사 중인 가운데,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는 자신이 독단적으로 감독 선임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조직 수뇌부의 뜻을 충실히 이행하려 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된 의혹처럼 자신이 홍 전 감독 선임을 독단적으로 밀어붙인 당사자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향후 경찰 수사를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전 이사는 지난 4일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축구협회 간 분쟁을 심리 중인 서울고등법원에 소송 참가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2년 전 홍 전 감독과의 면담 당시 작성한 수첩 메모 일부를 함께 냈다.
이 전 이사가 홍 전 감독과 나눈 면담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메모는 '2024년 7월 5일 오후 11시, 분당'이라는 면담 일시와 장소로 시작한다. 홍 전 감독의 지도자 경력과 전술 스타일 등이 짤막한 단어 위주로 적혀 있으며, 이 전 이사가 자신의 질문에 대한 홍 전 감독의 답변을 직접 받아 적어 정리한 내용이다.
특히 이 전 이사는 홍 전 감독의 전술 스타일과 관련해 공수 전환 방식에 초점을 맞춰 질문한 것으로 보인다.
'공·수 HOW?'라고 적은 뒤 하위 항목에는 "상대에 따라 달라짐", "기본 미드블록(중원 지역에 중점을 둔 수비 전략), 무조건 전방 압박 X"라고 기록했다.
포메이션과 경기 운영 방식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기본 4-2-3-1, 때로는 4-3-3도 가능"이라는 분석과 "(선호하는) 경기 템포(속도)와 밸런스(공수 균형)는 중도"라는 스타일 평가가 함께 적혀 있다.
홍 전 감독의 지도자 이력과 관련해서는 '브라질 WC(월드컵)가 가장 힘듦', '이후 우승 2번' 등의 메모를 남겼다.
실제 홍 전 감독은 2022년 K리그1 감독상 수상 당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을 떠올리며 "(감독으로서) 다른 시간은 대체로 좋았지만 브라질에선 그러지 못했다. 그때 시간을 가슴 속에 넣고 지낸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전 이사가 이 같은 메모를 법원에 제출한 것은 문체부가 사실관계를 잘못 해석한 상태에서 자신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서 문체부는 2024년 홍 전 감독 선임 과정을 감사한 뒤 이 전 이사가 후보자 간 형평성에 맞지 않는 방식으로 면담을 진행했다고 결론 내렸다. 거스 포옛, 다비드 바그너 감독과 비교해 홍 전 감독에게 유독 편파적인 절차를 적용했다는 판단이다.
문체부가 문제 삼은 근거 가운데 하나는 면담 기록의 존재 여부였다. 포옛·바그너 감독에 대해서는 질문지와 답변 자료가 남아 있는 반면 홍 전 감독과의 면담은 내용을 검증할 자료가 없다는 점에서 불공정한 행정이 이뤄졌다고 봤다.
앞서 이 사안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 역시 이 전 이사가 구체적인 면담 자료를 남기지 않은 점을 중징계 요구의 근거로 인정하면서 문체부 측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이 전 이사 측 설명은 다르다. 포옛과 바그너 감독을 면담할 당시에는 자신의 영어 구사 능력이 부족해 돌발 상황에 대비하고자 질문지를 미리 준비했고, 동석한 협회 직원이 답변을 통역해 한국어로 작성하면서 관련 자료가 남게 됐다는 것이다.
반면 홍 전 감독과의 면담에서는 통역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앞선 두 후보자와 비슷한 질문을 하면서 답변을 자신이 직접 받아 적었다고 주장한다.
이 전 이사의 법률대리인은 "문체부는 이런 사실관계를 알지 못했거나 알려고 하지 않고서 홍명보 감독에 대해 아무 자료가 없다고 했다. 원심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징계 요구가 타당하다고 판시했다"며 이들 기관의 소송에 이 전 이사도 당사자로 참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홍 전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경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정 전 회장과 이 전 이사 등 협회 임원들이 홍 전 감독 선임을 위해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개입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수사팀은 최근 이 전 이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전 이사는 경찰 조사에서도 협회 수뇌부의 지시에 따라 전력강화위원회가 추천한 최종 후보자 3명과 면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 자신의 판단으로 특정 후보자를 밀어준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적용한 업무방해 혐의가 성립하려면 정 전 회장 등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전력강화위원회나 이사회 등 축구협회 내부 기구의 업무를 방해했는지 여부가 규명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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