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자산운용사들의 실적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다만 ETF 시장의 외형 성장에도 운용사별 수익성은 엇갈렸다. ETF와 공모펀드를 중심으로 자산을 빠르게 늘린 일부 운용사는 낮은 보수율과 치열한 수수료 경쟁으로 이익 증가폭이 제한되는 등 운용 자산 확대가 실적 개선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미래에셋·삼성·신한·NH아문디·KB·키움·타임폴리오·하나·한국투자신탁·한화자산운용 등 주요 10개 운용사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총 1조517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910억 원)과 비교하면 156.6% 증가한 규모다.
10개 운용사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이 늘었다. 가장 많은 순이익을 올린 곳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었다. 미래에셋운용의 상반기 순이익은 9063억 원으로 전년 동기 3267억 원보다 177.4% 증가했다. 10개사의 전체 순이익 가운데 절반 이상을 미래에셋운용이 차지했다.
미래에셋운용의 순이익 급증에는 ETF 등 펀드 운용보수 외에 지분법이익의 기여도 컸다. 실제 회사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2386억 원인 반면 지분법이익은 7685억 원으로 세 배 이상 많았다. 펀드 수탁고 확대에 따른 운용보수 증가에 미국·홍콩 등 해외법인의 실적 개선까지 더해지면서 순이익 증가폭을 키웠다.
삼성자산운용도 순이익이 지난해 상반기 516억 원에서 올해 1294억 원으로 150.7% 증가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694억 원으로 342.7%, 신한자산운용은 474억 원으로 130.3% 각각 늘었다.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한화자산운용도 각각 437억 원과 271억 원으로 순이익이 53.9%, 32.8% 증가했다.
증가 폭이 가장 컸던 곳은 타임폴리오자산운용으로, 상반기 순이익이 1561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239억 원보다 552.2% 급증했다. 다만 타임폴리오는 3월 결산법인으로 다른 운용사와 회계연도 및 실적 집계 기간에 차이가 있다.
이 같은 실적 개선의 공통분모는 가파르게 성장한 ETF 시장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ETF 순자산총액은 올해 초 298조2461억 원에서 6월 말 512조1327억 원으로 71.8% 증가했다. 증시 상승으로 주식형 ETF의 자산 규모가 커진 데다 반도체·AI 등 특정 테마와 월배당, 채권 등 다양한 상품으로 투자 수요가 확대되면서 시장 규모 자체가 빠르게 불어났다.
ETF를 비롯한 펀드 운용자산이 늘어나면서 운용사가 받는 운용보수도 증가했다. 주요 10개사의 상반기 집합투자기구 운용보수는 1조1755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6663억 원보다 약 76.4% 증가했다.
다만 운용보수 증가 폭은 운용사별로 차이가 컸다.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더라도 운용사의 순익이 같은 속도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상품별 보수율이 다른 데다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한 저보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KB자산운용이다. KB자산운용의 6월 말 ETF 순자산은 37조8148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31.4% 증가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을 제치고 ETF 시장 3위로 올라설 만큼 외형을 빠르게 키웠다.
하지만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78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하는 데 그쳤다. ETF 순자산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이익 증가 폭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집합투자기구 운용보수도 감소했다. KB자산운용의 상반기 집합투자기구 운용보수는 약 970억 원으로 전년 동기 1119억 원보다 13.4% 줄었다. 지난해 대체투자 부문에서 발생한 일회성 성과보수의 기저효과가 영향을 미쳤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ETF의 외형 확대가 수익 증가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적 요인도 있다. ETF는 상품별 보수율 차이가 큰 데다 최근에는 초저보수 상품을 앞세운 자산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실제 KB자산운용의 ETF 순자산 상위 상품은 대부분 0.01~0.02% 수준의 낮은 총보수율을 적용하고 있다. 6월 말 기준 'RISE 200'의 총보수율은 0.017%,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과 'RISE 머니마켓액티브'는 각각 0.01%다. 이들 세 상품의 순자산만 약 12조 원으로 전체 ETF 순자산의 32.7%를 차지한다.
이처럼 저보수 상품을 중심으로 자산이 늘어날 경우 운용자산 규모는 빠르게 커지더라도 운용사가 확보하는 수수료 수익은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 ETF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것과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반드시 같은 문제는 아니라는 의미다.
운용업계에서는 ETF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지더라도 앞으로는 단순한 운용자산 규모보다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대형 운용사는 저보수 경쟁 속에서 안정적인 운용보수 수익을 확보해야 하고, 중소형 운용사는 성과보수와 차별화된 상품 등을 통해 수익원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 시장 확대가 운용업계 전체의 외형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운용사마다 ETF와 사모펀드, 연금, 해외사업, 고유재산 등 수익을 내는 방식이 다르다"라며 "앞으로는 시장점유율뿐 아니라 확보한 자산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가 운용사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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