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보다 느린 드론으로도 빠르게 날아가는 적 드론을 잡을 수 있을까. 뒤를 무작정 쫓는 대신 인공지능(AI)이 상대의 움직임을 읽고 앞으로 날아갈 곳을 미리 예측한다면 가능하다.
이규만 경북대 우주공학부 교수가 이 같은 원리를 활용해 상대 드론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대드론 기술을 개발했다. 지난 1년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방문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지난달 21일 귀국한 이 교수는 9일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연구 성과와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 교수가 개발한 대드론 기술은 지난해 12월 30일 유럽특허청(EPO), 올해 1월 1일 미국에 각각 특허가 출원됐다. 현재 두 특허 모두 중간사건 절차를 마치고 등록을 앞두고 있다.
◆"느려도 먼저 막는다"… AI가 적 드론 비행경로 예측
이 교수가 개발한 기술의 원리는 야구 외야수의 수비와 비슷하다. 외야수가 공을 뒤쫓는 대신 낙하지점을 예상해 미리 달려가는 것처럼 AI가 상대 드론의 위치·자세·움직임을 분석해 앞으로 어디로 비행할지를 예측한다.
드론은 현재 기체의 자세에 따라 다음 순간 이동할 방향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AI와 영상기술을 이용해 이런 정보를 분석하고, 요격에 나선 인터셉터 드론이 예상 경로로 먼저 이동해 길목을 막는 방식이다. 일정한 조건에서는 인터셉터 드론의 최고속도가 상대보다 느리더라도 미래 경로를 정확하게 예측하면 먼저 가로막아 요격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이 교수는 "모든 기술이 완벽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정한 가정과 제약조건 아래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검증했다"며 "현재 드론의 자세에 따라 앞으로 이동할 방향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고, 이를 이용해 길목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국내외 드론 스타트업들과 공동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으며 경북대 내 국방 관련 연구소를 통해 방산·국방 분야 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다. 특허 등록 이후 기업이 관심을 보일 경우 기술이전도 가능하다. 이 교수는 경북대 부임 이후 특허와 연구 노하우 등을 기업에 기술이전한 사례가 8건가량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의 또 다른 핵심 연구 분야는 GPS(위성항법장치)가 없거나 신뢰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드론이 카메라와 관성측정장치(IMU) 등 자체 센서로 자신의 위치와 움직임을 파악하는 자율항법 기술이다.
최근 전장에서는 GPS 재밍이나 가짜 신호로 위치를 속이는 스푸핑 등으로 외부 위치정보를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 교수는 특히 앞으로 고고도·고속 비행체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GPS 비의존 항법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교수는 "고고도와 고속이 동시에 발생하는 GPS 음영 환경에서 안정적인 영상 기반 위치추정을 구현하는 것은 아직 중요한 연구문제"라며 "소형 멀티콥터뿐 아니라 더 높은 고도와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다양한 무인기에 적용할 수 있어 국방 분야에서 활용도가 매우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알고리즘을 시뮬레이션이나 데이터로만 검증하지 않고 실제 드론에 탑재해 비행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 교수는 "중요한 것은 논문상에서만 좋은 결과를 보이는 알고리즘이 아니라 실제 드론에 탑재했을 때도 계속 작동하는 항법 기술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상 드론에서 화성까지… NASA서 넓힌 자율항법 연구
이 같은 연구는 이 교수가 최근까지 몸담았던 NASA JPL에서도 이어졌다.
이 교수는 지난해 직접 JPL 연구진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력서를 제출하고 인터뷰를 거쳐 방문연구원으로 합류했다. 기존 인연을 통한 파견이 아니라 자신의 연구영역을 우주로 넓히고 싶다는 생각에서 직접 문을 두드린 것이다.
우주에서는 GPS를 이용할 수 없는 데다 지구와 화성 사이에 수분에서 수십 분의 통신 지연이 발생해 탐사 로봇을 실시간으로 조종하기 어렵다. 결국 로봇 스스로 주변을 인식하고 자신의 위치를 파악해 판단하고 움직이는 능력이 중요하다.
지난해에는 NASA가 우주탐사를 위해 개발해온 뱀 형태 로봇 'EELS(Exobiology Extant Life Surveyor)'를 활용한 지하시설 점검 연구에 참여했다. 경북대 연구팀은 AI·카메라를 이용한 구조물 이상 탐지와 GPS가 없는 지하공간에서의 로봇 위치추정 기술을 개발했다. 현재 NASA JPL·조지아텍·경북대가 후속 과제를 제안한 상태다.
올해는 실제 화성을 비행했던 NASA 헬리콥터 '인제뉴어티(Ingenuity)'가 남긴 데이터를 연구했다. 인제뉴어티는 72번째 마지막 비행 당시 특징이 거의 없는 모래지형에서 항법시스템이 충분한 시각정보를 얻지 못한 것이 비정상 착륙의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 교수는 인제뉴어티가 화성에서 실제 촬영한 영상을 이용해 이처럼 뚜렷한 특징을 찾기 어려운 지형에서도 안정적으로 움직임을 추정하는 영상 기반 항법 기술을 연구했다. 현재 NASA JPL 연구자와 공동으로 저널 논문을 작성하고 있다.
그는 JPL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으로 '실제로 우주에 보내도 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검증 문화를 꼽았다. 알고리즘의 성능뿐 아니라 제한된 전력과 연산능력, 고장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방식이다.
이 교수는 "실제 우주에 보내도 믿을 수 있는지까지 연구의 일부로 본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귀국 이후에도 JPL과의 공동연구는 계속된다. EELS 후속과제와 인제뉴어티 공동논문을 추진하는 한편 경북대 학생들이 JPL 연구자들과 국제 공동연구에 참여할 기회도 확대할 계획이다.
◆"더 넓은 세계로 도전하라"… 청년들에게 전하는 말
이 교수는 특히 학생들에게 해외로 눈을 돌려 다양한 연구환경을 경험해볼 것을 권했다. AI·로봇·드론 등 첨단산업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려면 국내 기술을 스스로 확보하는 동시에 해외의 앞선 연구환경을 경험하고 국제 공동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미국 JPL 방문연구원 역시 별다른 인맥 없이 직접 이메일을 보내 지원하면서 시작됐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 기술을 직접 경험하고 배워야 다시 한국에 돌아와 기술을 국산화하고 내재화할 수 있다"며 "학생과 청년들도 좀 더 세계적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도전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지상에서 축적한 드론 자율항법 기술과 우주탐사 로봇 연구를 하나의 축으로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지상에서는 고고도·고속 비행체의 GPS 비의존 항법 등을 발전시키고, 우주에서는 행성 탐사 로버와 미래 행성 드론의 자율항법으로 연구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이 교수는 "플랫폼과 환경은 달라도 '외부의 도움 없이 로봇이 주변을 보고 자신의 위치와 움직임을 알아낸다'는 핵심 연구문제는 같다"며 "장기적으로 경북대 항공로봇연구실의 강점인 영상 기반 인지와 자기위치추정을 중심으로 지상의 드론과 우주 로보틱스를 연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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