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인선을 둘러싼 청와대와 대법원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김민기(55·사법연수원 26기) 서울고법 판사를 원했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은 헌법재판관 배우자를 둔 김 판사의 이해충돌 가능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새로 꾸려 후보군부터 다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 판사를 다시 후보로 올릴 경우 청와대 의중을 그대로 수용했다는 논란과 함께 배우자인 오영준 헌법재판관과의 이해충돌 문제까지 동시에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판사가 제청될 경우 배우자 관계에서 비롯되는 이해충돌 가능성이 제기될 전망이다. 오 재판관이 현직인 상황에서 김 판사가 대법관이 되면 두 사람이 국가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동시에 몸담게 된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위헌법률심판과 탄핵심판 등을 통해 이미 그 기능이 맞물려 있다. 여기에 지난 3월 재판소원이 도입되면서 두 기관의 판단이 직접 충돌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김 판사가 관여한 대법원 판결을 헌재가 다루게 된다면 오 재판관의 기피·회피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우려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개인적 이해충돌을 넘어 헌재의 심리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는 9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돼 있어 한 명의 참여 여부가 중요 사건의 판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김 판사가 전원합의체나 소속 재판부에서 관여한 사건이 잇따라 헌재로 넘어올 경우 오 재판관이 반복적으로 심리에서 빠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재판은 재판관 한 명의 참여 여부가 합헌·위헌, 탄핵, 권한쟁의 등 중요 사건의 결론을 좌우할 수 있다"라며 "중요 사건마다 한 명이 빠지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개인적 이해충돌을 넘어 헌법재판소의 기능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석화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총회 의장(전 대구변호사회장)은 "이미 헌재는 업무 과부하 상태인데 대법관 임명으로 헌재에 또 다른 제약을 부과한다면 그 또한 논란이 될 것"이라며 "최고 사법기관 두 곳에 부부가 동시에 재직하는 것부터 공정성 측면에서 적절한지 의문이다. 대법관을 맡을 훌륭한 법관이 많은데 굳이 이런 논란을 감수해야 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선 시점의 적절성도 도마에 오른다. 법조계에서는 김 판사의 경력과 연령을 고려하면 오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는 5년 뒤에도 대법관 후보로 다시 평가받을 기회가 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우자가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하는 동안에는 이해충돌 가능성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다.
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김 고법판사의 대법관 임명 가능성에 대해 "남편이 헌법재판관인데 아내가 대법관이 되고자 하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두 최고 사법기관에 부부가 동시에 재직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판사는 아직 젊은 만큼 남편의 임기가 끝난 뒤 대법관에 도전하는 게 적절한 처신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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