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오전 경북 안동시 풍산읍 하리리 930번지. 길게 늘어선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서자 초록빛 모종들이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한 농부가 허리를 굽힌 채 모종 하나하나를 살피며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고 있었다.
한참 동안 모종을 살피던 농부는 비닐하우스 한편에 털썩 주저앉았다. 농사의 시작을 준비하는 손길과 달리 표정은 무거웠다.
"이렇게 정성 들여 길러내도 수익이 없어요. 오히려 손해를 봐야 하니 내년 농사를 계속해야 하나 싶습니다."
이날 만난 김응기(76) 햇살양파작목반 회장은 지난 5월 수확한 양파를 떠올리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수확을 마친 지 몇 달이 지났지만 올해 양파값 폭락의 충격은 여전히 농가에 남아 있었다.
햇살양파작목반에 따르면 올해 4~5월 수확한 조생 양파는 20㎏ 한망에 평균 7천~8천원에 거래됐다. 그나마 가격이 높았던 물량도 1만2천원에 그쳤다. 지난해 평균 2만5천~3만원과 비교하면 68~77%가량 떨어진 셈이다.
김 회장은 "보통 20㎏ 한망에 1만7천~2만원 정도는 받아야 본전을 할 수 있다"며 "그런데 올해는 그보다 한참 밑으로 떨어져 손해가 너무 컸다"고 말했다.
양파 농사는 봄철 수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농민들은 수확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농사를 준비한다. 햇살양파작목반 농가들은 오는 10월 25일부터 11월 10일 사이에 다시 양파 모종을 심을 예정이다. 겨울을 견딘 양파는 내년 4월께 수확한다.
문제는 '또 심어도 될까'라는 불안이다.
김 회장은 "15년 정도 양파 농사를 짓고 있지만 올해처럼 가격이 폭락한 경우는 처음"이라며 "가격이 이 정도로 떨어지면 농사를 지을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된다"고 했다.
햇살양파작목반은 현재 42가구가 참여해 모두 230동의 비닐하우스에서 양파를 재배하고 있다. 한 동에서 출하되는 양파만 약 230망에 달한다. 농민들이 흘린 땀과 농자재비, 인건비가 고스란히 들어간 물량이다.
양파는 서안동농협을 통해 일괄 수매하고 공판장 등에 납품된다. 농가 입장에서는 판로가 어느 정도 확보돼 있지만, 판매가격이 생산비를 밑돌면 안정적인 판로도 큰 위안이 되지 못한다.
김 회장은 "지난해에는 한 동에서 약 400만원 정도가 남았고, 그 가운데 200만원 정도는 다시 농사에 투자했다"며 "그런데 올해는 가격이 반토막 아래로 떨어지면서 농사를 지어 남는 돈이 거의 없다"고 했다.
농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수확한 양파가 아니라 아직 땅에 심지도 않은 '내년 양파'다.
김 회장은 "양파값이 이렇게 떨어지면 농민들이 계속 농사를 지을 수가 없다"며 "수입산 양파가 국내 시장에 많이 들어오지 않고 국내산 농산물 가격이 어느 정도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농산물 가격 폭락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현장의 기대는 크지 않다. 농민들은 정부가 제시하는 기준가격 자체가 실제 농가의 생산비와 현실적인 기대수익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경우 정책과 현장 사이의 괴리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 회장은 "정부에서 가격 폭락을 막기 위해 대책을 마련한다고 해도 기준가격을 처음부터 낮게 잡으면 농민들이 체감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을 정도의 가격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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