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울진군에 들어서면 어느 곳에서나 군의회를 규탄하는 현수막을 볼 수 있다.
남쪽 끝 후포면부터 북쪽 끝 북면까지 동네 중심가면 어디든 빼놓지 않고 민생지원금을 없앤 군의원들을 비난하는 글로 가득하다.
군은 지난 8월 전 군민(결혼이민자와 영주권자 포함)에게 총 140억원 규모의 지원금을 울진사랑카드로 주겠다고 밝혔다.
대략 1인당 30만원 정도의 금액이다. 재원은 보통교부세 추가 확보분과 지방소득세 증가분으로 마련한다고 했다.
그러나 군의회는 지난달 8일 본회의에서 해당 추경 예산 140억4천900만원을 전액 삭감하고 예비비로 전환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7명 중 4명이 반대했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국민의힘 소속 군의원들이다.
때문에 무소속인 울진군수와 국민의힘 소속 군의원들의 알력 싸움이 아니냐는 의혹도 적지 않다. 심지어 지역 국회의원은 물론 국민의힘 전체를 규탄하는 목소리까지 번지는 모양새이다.
지방의회가 예산을 깎는 것은 고유 권한이다. 문제는 그 이유를 군민이 납득할 만큼 설명했느냐다.
예결특위 위원장은 사업의 필요성과 시급성·재정 여건·지속 가능성·집행 가능성 등을 종합 검토했다고 밝혔지만 삭감 배경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군민들 사이에서 분분하다.
이번 민생지원금 지급의 근거가 된 '울진군 민생경제 활성화 지원 조례'는 올해 2월 군의원 전원이 공동발의해 제정했다.
이에 따라 설 명절을 앞두고 1차 추경을 통해 지원금 사업비 143억300만원이 편성됐다.
올해 한시적 조례지만, 1차 추경 당시에도 추석 명절에 다시 지급될 가능성 또한 함께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7개월 만에 같은 성격의 예산이 전액 삭감되자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시민·사회단체는 군의회 앞에 현수막을 내걸었다.
군의회 입장에서는 조례 제정과 개별 예산 심사는 별개이고 1차 지원의 성과 분석 없이 재편성한 점이 문제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양쪽 주장을 따라가 보면 조례를 제정할 당시부터 객관적 기준 및 목표에 대해 군과 의회 사이에 합의가 있지 않아 보인다.
기준이 없으니 서로 부딪치고 논리가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같은 논란이 반복될 수 있으니 재추진 여부와 상관없이 이 부분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군의회가 민생지원금 예산 부결에 앞서 어떤 자료를 요구했고 집행부가 무엇을 내지 않았는지, 반대 4명과 찬성 3명의 판단 근거가 무엇이었는지 군민에게 공개하는 것이 순서다.
삭감 후 한 달 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거리는 물론 온라인에서 갈등이 숙지지 않는 이유 역시 군민들의 불신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울진군은 현재 "의회의 결정은 존중하지만 재추진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다시 예산을 편성한다면 1차 지급 이후의 울진사랑카드 사용액과 소상공인 매출 변화 같은 자료를 충실히 대비해야 한다.
140억원은 군민의 세금이고 주는 쪽과 깎는 쪽 모두 숫자로 답해야 하는 돈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대화'이다. 지금은 군과 의회 모두 대화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국회의원이 중재에 나서거나 군과 의회 스스로 대화를 잇고 군민 앞에 바로 서야 한다.
조례에 지급 요건을 판단할 지표와 평가 절차를 분명히 담고 집행부는 의결 전 홍보에 앞서 의회와 협의하며 의회는 심사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
군민이 기다리는 것은 누구 말이 옳은지가 아니라 납득할 만한 설명과 결론이다.
그 답은 대화의 자리를 다시 만드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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