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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 군수품 시장에 고깃집·약국이? 이런 업체만 6만여곳…낙찰 수수료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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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스트레이트 방송화면 캡처
MBC 스트레이트 방송화면 캡처

군 장병의 안전과 직결되는 군수품 조달 시장에서 고깃집과 약국, 종이상자 제조업체 등 군수품과 무관한 사업자들이 억대 계약을 따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업자등록만 있으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이용해 낙찰을 받은 뒤 실제 납품업체에 물량을 넘기고 수수료를 많게는 20%가량 챙기는 방식이다.

25일 MBC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군수품 입찰 5200건을 분석한 결과, 음식점과 약국 등 군수품과 무관한 사업자가 계약을 따내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현행 제도에서는 사업자등록증을 갖춘 업체라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입찰에 성공한 업체가 실제 공급업체를 별도로 확보해 물품을 납품하면 계약을 수행할 수 있는 구조다.

경기도 의정부의 한 고깃집은 지난 5월 육군이 발주한 1억3천만원 규모의 미생물 검사장비 공급 계약을 따냈다. 손님들이 고기를 골라 구워 먹는 일반 음식점이 군의 검사장비 납품업체로 선정된 것이다.

서울 여의도의 한 약국도 해군 소음진동측정기를 비롯해 최근 3년간 2억5천만원 상당의 군수품 3건을 낙찰받았다.

군수품 조달 과정에서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진 것은 최근만의 일이 아니다. 2019년 7월 육군이 발주한 5억4천만원 규모의 폭발물 탐지기 공급사업 입찰에는 200여 업체가 응찰했다. 낙찰업체를 확인한 결과 폭발물 탐지기와 관련이 없는 종이상자 제조업체였다.

2020년 2월 해병대가 발주한 폭약성분 분석기는 광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가, 해군이 발주한 초음파 탐상기는 경남의 한 마사지 업체가 낙찰받았고, 28억원 규모의 동력 패러글라이더는 문구용품 유통업체가 따냈다.

이처럼 군수품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이는 업체들이 잇따라 군 조달사업에 참여하면서 입찰 제도의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실제 물품을 생산하거나 공급할 능력이 없는 업체가 낙찰을 받은 뒤 전문 납품업체에 물량을 넘기고 중간 수수료를 챙기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낙찰업체는 물품을 직접 만들거나 공급하지 않고도 중간 수익을 얻는다.

낙찰업체가 계약금의 통상 10~20%를 자신이 가져갈 몫으로 떼고 나머지 금액을 실제 납품업체에 넘기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낙찰업체가 실제 물품을 공급하지 않고 다른 업체를 통해 납품하더라도, 계약상 요구된 물품이 공급되면 예산이 지급된다.

입찰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실제 군수품 공급 역량을 갖춘 업체가 계약을 따내기는 더 어려워진다. 사업자 수백 곳이 동시에 입찰에 참여하는 상황에서는 군수품을 생산하는 업체라도 계약을 따낼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간 수수료가 물품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낙찰업체가 계약금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가져가면 실제 공급업체에 돌아가는 금액은 그만큼 줄어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군에 공급되는 물품의 품질과 안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해군에 공급된 구명조끼는 잠금장치가 좌우 반대로 달려 있었고 봉제 상태도 불량했다. 육군에 납품된 신형 수통은 뜨거운 물로 소독하자 바닥 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문제가 발생했다. 장병의 생명과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물품에서 결함이 나타난 것이다.

지난해 조달청이 공급한 군수품 규모는 2조8천억원에 달했다. 입찰에 낙찰되면 실제 생산이나 공급을 직접 하지 않고도 중간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입찰 공고 1건당 평균 500개에 가까운 업체가 몰리는 상황도 나타났다.

낙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다수의 사업자를 모아 입찰에 참여시키는 전문 브로커까지 활동하고 있다. 수백 명의 사업자를 모아 한꺼번에 응찰하는 방식으로 당첨 확률을 높이려는 것이다.

그러나 조달청은 25년째 입찰 추첨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최저가 낙찰제를 적용할 경우 소수 업체가 담합하거나 입찰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가격 경쟁만으로 낙찰자를 결정하기보다 추첨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달청이 파악한 결과, 낙찰을 목적으로 설립한 것으로 추정되는 1인 페이퍼컴퍼니나 전화번호 중복 등으로 실체가 불분명한 업체는 6만7천곳이 넘었다.

군수품과 무관한 사업자뿐 아니라 입찰 컨설팅·대행업체까지 난립하고 있지만, 낙찰업체가 실제 공급업체와 별도 계약을 맺는 것은 민간 간 거래여서 조달청이 관여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조달청은 납품 물품에 하자가 발생하면 계약을 따낸 업체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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