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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김교영] 사랑은 소유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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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교제폭력과 스토킹이 얽힌 살인은 난데없는 비극(悲劇)이 아니다. 집요한 전화와 문자, 미행과 협박, 폭행과 집착…. 살인의 그림자는 여러 차례 모습을 드러낸다. 일종의 위험 신호다. 경찰청 자료를 보자. 2023년부터 올해 9월까지 발생한 살인 2천760건 중 543건(19.7%)에서 동일 가해자의 가정폭력·교제폭력·스토킹·성폭력 등이 앞서 나타났다. '관계성(關係性) 범죄'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숫자다. 관계성 범죄는 친밀한 관계를 매개로 한 폭력·통제·보복 행위를 말한다.

왜 사랑이 폭력으로 바뀌는 것일까. 독일 출신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의 저서 '사랑의 기술'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는 사랑을 '받는 일이 아니라 주는 일, 상대를 지배하는 일이 아니라 존중하는 일'로 설명했다. 진정한 사랑에는 배려와 책임뿐 아니라, 상대의 자유를 인정하는 존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프롬의 다른 저서 '소유냐 존재냐'가 던지는 질문과 같은 의미다. 소유와 축적(蓄積)에 익숙한 사회에서 우리는 사람마저 내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배금주의(拜金主義)가 인간관계를 오염시켰다. 손실을 따지듯 관계를 재단한다. 사랑하다 헤어지면 선물했던 반지까지 돌려받으려는 세상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헤어질 자유를 인정하지 않고 상대의 일상을 통제하려 한다. 사랑은 소유권이 아니다. 상대가 내 곁을 떠날 자유까지 인정할 때 비로소 사랑이라 할 수 있다. 그 자유를 빼앗는 순간 사랑은 집착이 된다. 집착은 폭력의 얼굴을 드러낸다.

대전과 충남 등지에서 스토킹·폭행 신고가 있었던 여성들이 끝내 목숨을 잃었다. 피해자가 처벌이나 보호조치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사례도 있었다.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가해자의 통제와 보복(報復)이 두려워 처벌을 망설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되 그것만으로 사건을 끝내서는 안 된다. 반복 신고를 통합 관리하고 위험도 평가를 강화해야 한다. 위험이 크다면 피해자의 처벌 의사와 별개로 가해자 격리(隔離) 등 실효성 있는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 경찰과 법원, 상담기관이 따로 움직이면 비극을 막을 수 없다.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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