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교도소에 수감된 중앙아시아 출신 재소자 약 150명이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강요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들의 처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이 운영했던 이른바 '형벌부대'를 떠올리게 한다. 범죄자나 군기 위반자를 위험한 전장으로 보내는 방식은 소련뿐 아니라 나치 독일 등에서도 활용됐으며,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도 재소자를 병력으로 활용하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러시아 교도소 재소자 150명 "전쟁보다 본국에서 복역하겠다"
3일 타임스오브센트럴아시아(TCA) 등에 따르면 러시아 볼고그라드의 교도소에 수감된 타지키스탄인 2명은 최근 자유유럽방송(RFE/RL) 타지키스탄어 방송 '라디오 오조디'에 우크라이나전 참전 계약을 강요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중앙아시아 출신 재소자 약 150명이 압박받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60명이 타지키스탄 국적이라고 밝혔다. 재소자들은 모스크바 주재 타지키스탄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다면서 전쟁터로 가는 대신 본국으로 돌아가 남은 형기를 마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한 재소자는 "여기서는 우리를 죽으러 보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지난해 같은 교도소에서 전쟁터로 떠난 중앙아시아 출신 재소자 100여명 가운데 생존자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러시아 연방교도국 볼고그라드주 지부는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1942년 소련 스탈린의 '형벌부대'…위험한 전선에 투입
과거 소련군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형벌부대를 운영했다.
대표적인 계기가 1942년 7월 28일 이오시프 스탈린이 발령한 '명령 제227호'다. 이른바 '한 걸음도 물러서지 말라'는 명령으로, 허가 없이 후퇴하거나 군기를 위반한 군인들을 처벌하는 제도였다. 소련군은 처벌 대상자를 형벌대대와 형벌중대에 편입해 적진 공격이나 위험한 전투 임무에 투입했다. 전투에서 공을 세우거나 부상을 입으면 원래 부대로 복귀할 기회가 주어지기도 했다.
역사학자 제프리 로버츠의 연구에 따르면 1942~1945년 소련군에서는 약 43만명이 형벌부대를 거쳤으며, 이들 부대의 사상률은 약 50%에 달했다. 위험한 전장에서 싸우는 것으로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점에서 현대 러시아의 재소자 모집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2022년 바그너그룹이 재현…6개월 생존하면 사면 약속
현대 러시아에서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비슷한 방식이 등장했다.
2022년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은 교도소를 돌며 재소자들을 모집했다. 당시 수장이었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6개월간 전쟁터에서 복무하고 살아남으면 사면받을 수 있다고 약속했다. 이렇게 모집된 재소자들은 우크라이나 바흐무트 등 격전지에 투입됐다. 미국 정부는 당시 바그너그룹의 우크라이나 전투원 약 5만명 가운데 4만명이 재소자 출신이라고 추산했다. 이후 러시아 국방부도 재소자 모집을 확대했으며, 전쟁 참여와 형벌 감면을 연결하는 제도를 법제화했다.
소련 형벌부대가 주로 군 내부의 처벌 대상자를 활용한 반면, 현대 러시아는 일반 교도소의 수형자까지 병력 공급원으로 삼았다는 차이가 있다.
◆나치 독일·프랑스에도 형벌부대…우크라이나도 재소자 모집
범죄자나 처벌 대상자를 군 병력으로 활용한 사례는 다른 나라에도 있었다.
나치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999부대'를 조직해 전과자와 정치적 이유 등으로 정규 군 복무에서 배제됐던 사람들을 전장에 투입했다. 군기 위반자 등을 편성한 별도의 형벌부대도 운영했다.
프랑스 역시 19~20세기 북아프리카 식민지에 '아프리카 경보병대대' 등 징벌 성격의 군부대를 운영했다. 다만 이들은 주로 군 복무와 징계 체계에 속한 인원으로, 현대 러시아처럼 일반 재소자를 대규모로 모집한 사례와는 차이가 있다.
실은 현재 러시아와 싸우는 우크라이나도 재소자 모집 제도를 도입했다. 2024년 5월 관련 법을 시행해 일정 조건을 충족한 재소자가 자원하면 조건부 조기 석방 후 군 복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재소자 출신 1만2000명 이상이 군에 합류했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자발적 지원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중대한 성범죄와 일부 살인·국가안보 범죄 등의 수형자를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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