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문턱에서 터널을 지나거나 빛을 마주했다는 경험을 그림으로 재구성하게 했더니 공간의 형태에 따라 색채 표현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좁고 긴 터널은 검은 공허나 무채색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넓게 펼쳐진 곡선형 공간은 선명한 색으로 기억되는 경향을 보였다.
4일(현지시간) 메디컬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이스라엘 하이파대 연구진은 임사체험을 겪었다고 밝힌 50명을 대상으로 기하학적 그림 재구성 실험을 진행한 결과 이같이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사이콜로지(Frontiers in Psychology)'에 게재됐다.
연구에서는 참가자 50명이 빛이나 터널처럼 임사체험에서 자주 언급되는 장면을 언어로 설명하는 대신, 직접 공간의 형태와 색깔을 그리도록 해 기억 속 시각적 특징을 살펴봤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경험한 임사체험을 시간 순서에 따라 여러 단계로 나눈 뒤, 기하학적 도형 목록을 활용해 각 장면을 재구성했다. 당시 공간이 어떤 형태였는지뿐 아니라 자신이 어디에 있었는지, 어느 방향으로 움직였는지, 어떤 색채가 보였는지도 표시했다.
50명이 재구성한 장면은 모두 112개였다. 이 가운데 108개는 네 가지 기하학적 유형으로 분류됐다. 터널 형태와 넓은 아치형 공간, 완만한 곡선형 공간, 달걀 내부를 연상시키는 폐쇄형 공간이다.
특히 공간의 형태에 따라 색채를 기억하는 양상도 달랐다. 터널 형태로 재구성된 공간 28개 가운데 22개는 검은색과 흰색, 회색 또는 색을 구분하기 어려운 빛으로 표현됐다. 별도의 색채 분포 분석에서도 터널형 공간의 약 79%가 검은 공허나 밤하늘처럼 색이 거의 없거나 무채색인 장면으로 묘사됐다.
반면 넓은 곡선형 공간은 상대적으로 다채로운 색으로 표현됐다. 넓게 펼쳐진 지평선 형태의 공간에서는 약 87%가 색채를 포함한 것으로 분석됐다. 라벤더와 분홍빛 등 선명한 색조가 등장했으며, 일부 참가자는 정원이나 빠르게 지나가는 인생의 장면을 떠올리기도 했다.
평평한 호 형태의 공간에서도 약 59~65%가 색을 봤다고 답했다. 구형 공간은 눈부신 흰색이나 황금빛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를 통해 공간의 기하학적 형태와 색채 표현 사이에 일정한 연관성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좁고 긴 터널형 공간과 넓은 곡선형 공간에서 색채를 기억하는 방식이 뚜렷하게 달랐다. 다만 참가자들이 표현한 장면을 토대로 기억 속 시각적 패턴을 분류한 것이며, 실제 임사체험 당시의 공간을 객관적으로 확인한 것은 아니다.
참가자들이 묘사한 장면에서는 경험의 진행 순서와 이동 양상도 나타났다. 연구진의 분류에 따르면 일부 경험은 신체를 벗어난 듯한 유체이탈 장면에서 시작해 비물리적인 공간을 이동하는 임사체험의 핵심 단계로 이어졌으며, 이후 육체와 다시 연결되는 연합적 유체이탈 경험으로 진행되는 형태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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